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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Oct 13. 2018

지지할 순 없지만 응원하고 싶은 영화

<미쓰백> 이지원 2018

 마사지사로 일하고 있는 백상아(한지민)는 추운 겨울날 우연히 골목길에서 혼자 떨고 있는 김지은(김시아)을 발견한다. 상아는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던 지은에게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사주지만, 이내 지은의 보호자라는 주미경(권소현)이 나타나 지은을 데려간다. 지은의 몸에 난 상처와 멍을 보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상아는 미경과 지은의 친부인 백수장(김일곤)의 폭력에서 지은을 구하고자 한다. 이지원 감독의 <미쓰백>은 가정폭력, 아동학대의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다. 성인인 사람이 아동을 구출한다는 점에서 <아저씨> 같은 부류의 영화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영화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익숙한 사서를 지녔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을 만들어 낸 것은 <미쓰백>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 전체가 한국영화의 클리셰 안에서 작동하고 있지만, 그 주체가 여성으로 변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움을 자아낸다. 특히 백상아를 연기하는 한지민의 모습은 <밀정>, <역린>, <플랜맨> 등의 최근작에서 볼 수 없었던 면모를 보여준다. 그동안 남성 감독의 영화에서 타입화 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면, 여성 감독의 영화인 <미쓰백>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연기를 펼쳐 보인다. 때문에 <미쓰백>은 그녀의 가장 다양한 연기를 만나 볼 수 있으며, 앞으로 한지민의 대표작으로 이 영화가 꼽히지 않을까 싶다.

 <미쓰백>은 분명 그간 쏟아져 나온 <아저씨>류의 한국영화들, 혹은 남성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영화들에 비해 취하고 있는 장점이 많다. 하지만 한국 상업영화 대부분이 공유하는 단점 또한 공유하고 있다. 가령 과도하게 남성적이며 폭력적인 경찰문화와 이를 대변하는 장섭(이희준) 캐릭터, 모성애의 강조, 성노동자의 악마화, 불필요하게 적나라한 폭력 등이 <미쓰백>에도 존재한다. 특히 지은이 폭행당하는 장면들이 굉장히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도가니>나 <귀향> 같은 작품들이 비판받았던 것과 같은 지점에서, 피해사실을 전시한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미쓰백>이 이러한 폭력이나 수난을 전시하려는 태도의 영화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장섭 캐릭터의 존재도 아쉽다. 이렇게 남성성을 과시하며, 보조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구원자 자리를 넘보는 캐릭터가 이 서사에 필요한지 의문이다. 여기에 지은의 친부에 대해 더욱 간편하게 악마화 되는 미경의 캐릭터나, 상아가 너무나도 쉽게 용서해버리고 마는 아동폭력의 가해자 상아의 어머니 정명숙(장영남) 캐릭터는 영화가 주제로 삼은 여성 간의 연대를 동정과 연민의 수준으로 끌어내릴 뿐이다.

 <미쓰백>은 분명 완성도가 아쉽고, 영화 자체를 지지하기엔 어렵다. 하지만 이 영화를 응원하게 되는 것은, 여성 감독, 여성 주연, 여성 서사를 다루고 있는 영화 자체가 희소하기 때문이다. <비밀은 없다>를 비롯한 이경미 감독의 영화나, <마녀>, <악녀>처럼 여성 주연 액션 영화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각자의 이유로 폄하당하거나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미쓰백> 역시 한계점을 가득 안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배우 한지민의 재발견(이라고 쓰지만 이제야 능력을 드러낼 장을 얻은 것이기도 하다)과 백상아라는 캐릭터는 <비밀은 없다>의 연홍이나 <암살>의 안옥윤과 궤를 같이 하며 흥미를 가지고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이런 캐릭터들이 더욱 많이 등장하고 더 많은 영화가 나와야 한국영화의 클리셰라는 지겨운 틀을 깨고 새로운 작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미쓰백>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했으면 좋겠고, 영화 자체를 지지하지는 못해도 영화의 흥행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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