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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Oct 19. 2018

공허뿐인 달과 영화

<퍼스트 맨> 데미언 셔젤 2018

 <위플래시>와 <라라랜드>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데미언 셔젤의 네 번째 장편 <퍼스트 맨>이 개봉했다. 앞선 영화들은 모두 재즈를 기반으로 한 음악영화였지만, <퍼스트 맨>은 닐 암스트롱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전기영화에 가깝다. 영화는 제임스 R. 한센의 책 『퍼스트 맨: 닐 암스트롱의 일생』을 바탕으로 한다. 1961년, 달착륙을 위한 실험인 제미니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1968년 달착륙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다.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와 같은 우주 배경의 하드 SF들과는 전혀 다른 결의, 우주의 스펙터클을 보여주기보다는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이라는 개인의 심리를 담아내는데 주력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X-15을 타고 대기권 밖으로 나가보는 실험을 하는 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35mm 필름의 거친 질감(아이맥스로 관람할 시 이러한 질감이 극대화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정신없이 이어지고 흔들리는 시점 숏과 기체 내부나 닐의 얼굴을 잡는 클로즈업 숏들은 관객에게 일종의 체험을 제공하려 한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부터 닐 암스트롱과 관객을 동기화시키려는 것이다. 닐이 훈련을 받거나 비행을 하는 장면들 모두가 이런 방식으로 촬영되어 관객은 손쉽게 닐의 입장에 몰입할 수 있다. 때문에 닐이 아닌 영화의 등장인물들, 가령 닐의 아내인 재닛(클레어 포이)과 둘의 자식들, 에드(제이슨 클락), 데이브(크리스토퍼 애봇), 엘리엇(패트릭 후짓) 등의 주변 인물들은 닐의 심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존재한다. 그나마 재닛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만,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달 착륙 장면 직전부터 사라져 버린다. 달 착륙 장면에서의 플래시백은 닐의 모든 주변 인물들을 병으로 죽은 딸에 대한 자신의 죄책감을 줄이기 위한 거대 프로젝트의 수단으로 환원시킨다. <라라랜드>의 8mm 홈비디오 플래시백에 이은 16mm 홈비디오 플래시백(심지어 아이맥스 비율의 시퀀스에서 등장한다)은 그 투명한 의도 때문에 도리어 거부감이 든다. 

 <퍼스트 맨>은 분명 닐 암스트롱이라는 한 사람을 다루는 작품이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주변 인물 모두를 수단화시키는 것은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고독감이라는 감정이 원래 홀로 있을 때 느끼게 되는 것이라지만, <퍼스트 맨>의 묘사는 닐 암스트롱이 스스로 고독 안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가족을 비롯한 닐의 주변 인물, 영화 속에서 짧게 등장하는 냉전시대와 베트남 전쟁이라는 시대적 맥락 등은 영화 안에서 대부분 배제된다. 대부분의 맥락은 닐에게 중압감을 더하는 방향으로 소비되고, 닐의 행적에서 이런저런 맥락들을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퍼스트 맨>은 닐이 지녔을 중압감과 고독감을 알아달라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며, 로켓 발사 때 우주비행사가 느끼는 감각을 충실히 재현한 것 외에 뚜렷한 성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도리어 닐의 심리보다 재닛의 상황과 감정, 희생에 더욱 공감하게 될 지경이다. <위플래시>와 <라라랜드>에서 보여준 응집력이나 능수능란함을 <퍼스트 맨>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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