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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Nov 02. 2018

슬레셔의 성공적인 귀환

<할로윈> 데이빗 고든 그린 2018

 마이클 마이어스가 40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존 카펜터가 1978년에 내놓은 <할로윈>은 <텍사스 전기톱 학살>, <나이트메어>, <13일의 금요일> 등과 함께 수많은 속편과 리메이크 작품을 양산하며 80년대 슬레셔 영화 붐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40년 만에 블룸하우스가 제작을 맡고,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대니 맥브라이드와 데이빗 고든 그린이 참여하여 제작된 2018년 <할로윈>은 존 카펜터의 오리지널 이후 쏟아진 8편의 속편과 2편의 리메이크 작품을 무시하고 첫 영화의 이야기에서 바로 이어진다. 싸이코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닉 캐슬)가 5명의 사람을 죽인 사건에서 40년이 흐른 시점, 마이클은 감옥에 수감되어 있고 당시 사건의 생존자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는 딸 캐런(주디 그리어)과 손녀 앨리슨(앤디 마티첵) 등의 가족을 둔 할머니가 되었다. 로리는 마이클의 학살 사건 이후 마이클이 다시 돌아올 것을 대비하여 집을 개조하고 캐런을 훈련시키는 등의 삶을 살아왔다. 그런 과정에서 로리는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이다. 그러던 중 마이클이 다른 감옥으로 이감되던 중 탈출하게 되고, 로리는 마이클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기 위해 그에 맞선다. 

 2018년의 <할로윈>은 존 카펜터의 오리지널을 연상시키는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시작한다. 존 카펜터의 아이코닉한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타이틀부터, 관객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사운드 편집과 마이클이 벌이는 대학살, 교차편집을 통해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마이클에 대한 트라우마에 맞서는 로리의 모습 등은 존 카펜터의 연출 스타일을 계승함과 동시에 2018년에 어울리는 업데이트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70~80년대 할리우드 장르영화를 이끌었던 존 카펜터의 위대함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오리지널 <할로윈>의 분위기만은 제대로 이어간다. 특히 느릿한 걸음에도 프레임 가장자리에서 슬쩍 모습을 비추며 공간을 장악해가는 마이클 마이어스의 존재감을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복각시켰다는 점에서 데이빗 고든 그린의 <할로윈>은 의외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를 비롯한 데이빗 고든 그린의 전작들을 생각하면 그가 호러 장르에서 괜찮은 연출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80년대 슬레셔 영화의 클리셰들을 적절히 활용해가며 영화를 이끌어가는 연출은, 비록 중반부가 조금 늘어지긴 하지만, 예상보다 즐거운 장르적 쾌감을 제공한다. 오리지널에 비하면 그야말로 대학살을 벌이는 마이클 마이어스의 모습은 오랜 슬레셔 장르의 팬들이 바라던 그 모습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후반부 펼쳐지는 로리-캐런-앨리슨의 3대가 모여 마이클 마이어스에 대적하는 장면의 쾌감은 상당하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전환은 단순히 피해자-가해자의 구도를 뒤집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혐오적 장면들로 점철되었던 오리지널 <할로윈>을 비롯한 80년대 슬레셔 영화들에 대한 현재의 대답으로 느껴진다. 특히 마이클 마이어스에게만 허락되었던 공간과 시점이 로리에게 주어지는 모습과,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캐런의 역할을 떠올려 보면 기대 이상의 통쾌함을 만날 수 있다. 다만 <할로윈>을 단순하게 잘 만든 여성서사로 포장하는 것에는 약간의 의문이 생긴다. <할로윈>이 분명 로리와 캐런, 앨리슨을 중심으로 한 서사인 것은 맞지만, 동시에 슬레셔 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하는 여러 장면에서는 여전히 여성혐오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반부의 한 방을 위해 서사를 쌓아 올리는 과정이 종종 너무 노골적이기에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로리가 겪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몇몇 캐릭터, 가령 기자인 마틴(제퍼슨 홀)과 다나(리안 리즈)나 사탠 박사(할룩 빌기너) 등의 캐릭터를 사용하는 방식은 너무 노골적이기에 지루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2018년의 <할로윈>이 주는 장르적 쾌감은 올해 개봉한 장르영화 중에서도 손꼽을 만하다. 압도적인 살인마의 존재감과 이를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하는 연출, 특히 사운드 측면에서 뛰어난 연출과 조금 늘어지긴 해도 차곡차곡 쌓아온 서사가 도달하는 결말의 통쾌함은 존 카펜터의 전성기 시절 장르영화들을 볼 때의 느낌을 연상시킨다. 특히 제한되어가는 공간을 영화적으로, 장르적으로 드러내고 활용하는 후반부의 연출은 슬레셔 영화의 짧지 않은 계보 속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이다. 할로윈은 이미 지나가버렸지만, 아직도 할로윈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할로윈>은 그에 딱 맞는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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