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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Nov 03. 2018

마지막 20분의 전율을 위해 달려가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브라이언 싱어 2018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담은 전기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했다. 영화는 이민자 가정의 자식으로 태어나 비행기 수화물을 나르는 일을 하던 프레디가 퀸을 결성하고 록스타가 된 뒤 다양한 일을 겪고, 1985년 ‘라이브 에이드’라는 전설적인 공연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다. ‘라이브 에이드’에서의 20분간의 공연을 재현하기 위해 <보헤미안 랩소디>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에 기대고 있다.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를 비롯한 브라이언 메이(궐림 리), 로저 테일러(벤 하디), 존 디콘(조셉 마젤로) 등의 퀸 멤버, 그리고 프레디의 평생의 동료인 메리(루시 보인턴)가 <보헤미안 랩소디>의 124분을 이끌어 간다.

 사실 영화의 완성도는 최근 개봉한 음악영화인 <스타 이즈 본> 등에 비해서도 아쉽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제목이기도 한 ‘Bohemian Rhapsody’를 비롯해 ‘We Will Rack You’, ‘Another One Bites the Dust’, ‘Love of My Life’ 등의 명곡들이 탄생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때문에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멤버들이라는 인물들에 집중하는 것보다, 퀸이라는 그룹이 겪어온 시간들을 마치 TV 재현 영화처럼 재현해 둔 정도에 그치고 만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각 장면들은 중심을 잃고 각각의 에피소드로만 남게 된다. 라미 말렉을 비롯한 훌륭한, 그리고 퀸의 멤버들과 외모적 싱크로율도 높은 배우들의 호연이 가까스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줄 뿐이다. 브라이언 싱어가 중도하차한 것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후반부 ‘라이브 에이드’의 20여분을 통째로 재현한 것을 보면 애초에 영화의 목적은 ‘라이브 에이드’ 공연의 재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프레디의 바이섹슈얼 정체성이 등장하기는 하나, 피상적인 부분으로만 그려졌을 뿐이라는 비판은 피해 가기 어려울 것 같다. 결국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에도, 퀸의 성공과 연관된 음악적, 사회적 맥락에도 집중하지 못한 영화이기에, 결국 <보헤미안 랩소디>에 남은 것은 퀸의 음악뿐이다.

 문제는 퀸의 음악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며 영화적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퀸의 음악은 수많은 영화와 뮤직비디오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언제 들어도 놀라울 정도로 스펙터클한 퀸의 음악은 영화로 재현하기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미 질리도록 들었던 퀸의 음악을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발생되어 버리는 것이다. 마치 호러나 액션 장르 영화가 공포와 긴장감, 액션 시퀀스를 통해 발생하는 쾌감을 목적으로 삼는 것처럼, <보헤미안 랩소디>의 목적은 퀸의 공연을 재현하여 관객에게 쾌감을 전달하는 것이다. 비록 초중반부에 등장하는 몇몇 공연 장면에선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퀸 버전으로 울려 퍼지는 20세기 폭스의 로고 음악과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보고 있자면 퀸의 음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오늘 관람 때 엔드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모든 관객이 퀸의 음악을 들으며 앉아있었다는 것이 퀸의 음악이 지닌 힘을 증명하는 것만 같다. 퀸의 주옥같은 명곡들과 그들의 공연이 지닌 힘을 느끼고 싶다면, 극장을 찾아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유튜브를 통해 퀸의 실제 라이브를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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