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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Dec 09. 2016

2. 극장에서 영화를 만난 순간

 처음으로 봤던 영화가 머릿속에서 그저 잔상으로남아있는 것에 비해, 극장에서 처음 관람한 영화는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극장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가 하필이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돌>(이하 <마법사의 돌>)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가장 여러 차례 본 영화를 꼽으라면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해리포터>시리즈를 꼽을수 있을 정도로 관람을 반복했다. 영화를 다시 본다는 개념과 미친 듯이 세계관을 파게 되는, 이른바 ‘덕질’이 무엇인지알려준 영화가 <해리포터>이다. 2001년 크리스마스 언저리의 어느 날 관람한 <마법사의 돌>은 ‘머글’에게 스크린의마법을 알려주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오프닝 장면

 <마법사의돌>을 본 영화관이 정확이 어디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종로나 충무로의 한 극장이었을 것이다. 서울극장 혹은 대한극장이 아니었을까? 영화 시작시간에 딱 맞게 입장해 워너브라더스의 로고가 등장하는 순간을 스크린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스크린에 반사된 빛의 도움을 받아 엄마와 이모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좌석을 찾았었다. 존 윌리암스가 작곡한 <해리포터>의 상징과도 같은 스코어 ‘Hedwig’s Theme’가 극장을가득 메우면서 시작되면 영화의 오프닝은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다이애건 앨리로 가는 문

 극장에서관람한 첫 영화가 <마법사의 돌>이었던 것은 완벽한행운이다. 해그리드(로비 콜트레인)가 해리(다니엘 레드클리프)를데리고 다이애건 앨리(런던의 마법사 마을)로 넘어가기 위해지팡이로 벽을 두들기자 문이 열리던 장면을 보며, 내가 해리 포터가 된 것 같았다. 극장을 처음 찾은 나에게 영화는 다이애건 앨리처럼 신비와 마법의 세계였고, 상영관으로들어가던 문은 해그리드가 열었던 문이었다. <해리포터>시리즈에아직도 열광하고, <신비한 동물사전>의 개봉에다시 열광하는 이유는 <해리포터>시리즈가 영화의마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속 영화관 장면

 극장이라는곳은 밖의 빛과 소리는 차단되고, 관객들 각자의 이야기는 허용되지 않는 공간이다. 눈을 감지 않으면, 귀를 막지 않으면 극장 안에서는 영화를 봐야한다. 자리에 앉은 관객은 영화가 그려내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해리가 처음 다이에건 앨리에 도착했을 때의 표정은 곧 관객의 표정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의 ‘노마지’ 코왈스키(댄 포글러)의 대사대로, “나는이런 것들을 상상할 수 없기”때문에 관객들은 극장을 찾고 영화를 관람한다. 모두의 경험이라고, 혹은 성인이 된 지금의 경험이라고 단정지어 말할순 없다. 하지만 극장을 처음 찾았던 나의 모습은 저랬다. 

영화의 마법을 보여준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여행>

 <마법사의돌>로 접한 영화의 마법은 스크린 속에서 기차가 달리고, 대포를통해 달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초기 영화의 마법과 닮아있다. 영화라는 매체는 누군가의 상상력을 구체화시켜관객에게 목격하도록 만든다. 극장은 일종의 통로로써 새로운 세계를 목격하게 만든다. <해리포터>시리즈 속 마법세계, <반지의 제왕>의 중간계, <스타 트렉>이 그리는 유토피아적 우주… 누군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계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 극장밖의 현실과는 잠시 차단된 스크린 속 세상과 만나는 시간은 영화의 마법이자 극장의 마법이다.

2014년도 극장 관람 티켓

극장을처음 찾은 지 15년이 지났다. 극장에서 본 영화가 총 몇편인지는 모르겠다. 작년부터 극장에서 관람한 영화들을 기록하고 있다.작년엔 168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만났고, 아직 3주가 남았지만 올해는 213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만났다. 해가 지날수록 더 많은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게 된다. 영화는 끊임없이쏟아지고, 각종 영화제와 기획전에 대한 관심이 늘어간다. 극장이없어지지 않는 한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멈추지 않는다. 어떤 영화를 만나냐에 따라 극장 관람의 기억은달라지지만, 좋은 영화를 만났을 때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마법사의돌>을 관람했던 2001년의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오늘도 발걸음은 극장을 향한다. 어쩌면 나는 영화보다 영화를 보는 순간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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