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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Dec 12. 2018

매력적인 견인도시, 아쉬운 각본

<모털 엔진> 크리스찬 리버스 2018

 <모털 엔진>은 필립 리브의 ‘견인도시 연대기’의 첫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피터 잭슨이 제작을 맡았고, 피터 잭슨의 VFX 회사 웨타의 비주얼 아티스트였던 크리스찬 리버스가 처음 장편 연출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포식자 견인도시 런던이 다른 정착민 견인도시를 사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리저리 떠돌던 헤스터 쇼(헤라 힐마)는 정착민 도시와 함께 런던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헤스터가 런던으로 온 이유는 런던에서 비밀리에 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발렌타인(휴고 위빙)에게 어머니를 죽인 복수를 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헤스터는 발렌타인을 죽이는 데 실패하고 도시 밖 아웃랜드로 떨어진다. 그와 함께 헤스터와 발렌타인 사이의 비밀을 알게 된 런던의 고고학자 톰(로버트 시한) 또한 발렌타인에 의해 도시 밖으로 떨어진다. 각자의 목적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함께 런던으로 향하게 된 둘의 여정은, 반견인도시주의자 안나(지혜)와 부활군 슈라이크(스티븐 랭)를 만나게 되며 변화한다. 한편 발렌타인은 에너지 프로젝트를 통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 한다.

 웨타 출신의 감독답게, <모털 엔진>의 비주얼은 훌륭하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포식자 도시 런던의 위용과 사냥 장면에 이어, 다양한 소규모 정착지와 탈것, 공중도시 엔젤헤이븐 등의 등장은 포스트아포칼립스의 견인도시라는 설정을 훌륭하게 그려낸다. <퍼시픽 림>이나 2014년 <고질라> 등이 크기와 육중함을 다루는 방식에 비해서는 아쉽긴 하지만, 견인도시라는 설정을 들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비주얼, 스팀펑크적 이미지를 적절하게 차용한 설정 등이 효과적인 비주얼로 전달된다. 여기에 포식자 도시의 사냥과 거대도시와 주인공들의 공중전 등의 스케일이 큰 액션 장면들 또한 비교적 잘 묘사되었다. 

 아쉬운 것은 역시나 각본이다. 원작을 읽어 보질 못해 원작의 이야기도 유사한지는 모르겠지만, 출생의 비밀,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플래시백, 헤스터와 슈라이크의 관계를 그려내는 방식 등에서 허점이 많은 각본이었다. 게다가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크게 존재감이 없는 캐릭터인 톰은 비중을 줄이는 편이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헤스터, 안나 등의 좋은 여성 캐릭터와 세계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악역인 발렌타인 등 좋은 캐릭터들이 많았음에도, 영화의 헐거운 각본은 캐릭터들의 활약을 제대로 지탱해주지 못한다.

 더군다나 영화를 보고 있자면 포스타아포칼립스의 견인도시라는 세계관의 디테일에서 어딘가 이상한 지점들이 느껴진다. 지각변동이 일어날 정도의 양자폭탄 전쟁이 있었음에도 런던의 주요 랜드마크들은 왜 그대로 견인도시 런던 위에 얹어져 있는 것일까? 제국주의 영국과 아시아를 주축으로 삼은 다인종 식민 국가의 대립을 주요 모티프로 삼았다고 하지만, 22세기에 한번 멸망한 세계관에서 티벳 승려복이나 몽골의 전통적 군복과 같은 의상, 석상에 기도를 올리는 인도계 여성 캐릭터 등 오리엔탈리즘으로 지적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영화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작에도 이러한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원작이 그렇지 않는데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비주얼적으로 배치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또한 영화 중간중간 스쳐 지나가는 지도로는 파악할 수 없는, ‘60분 전쟁’의 여파로 일어난 지각변동 이후의 지리적 모습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남쪽, 동쪽 같은 추상적인 말로만 세계관의 지형을 설명하는 부분도 아쉽게만 느껴진다. 

 원작소설인 ‘견인도시 연대기’가 총 4권인 만큼 <모털 엔진>도 여러 편의 시리즈로 기획된 작품일 것이다. 첫 편의 아쉬움이 다음 편을 통해 뒤바뀔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견인도시의 비주얼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등장은 속편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어찌 됐든 포스트아포칼립스 배경의 견인도시라는 매력적인 설정을 한 편으로 마무리짓기엔 아쉬움이 든다. 속편의 제작이 확정되길 기다리며, 원작 소설을 천천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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