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 제임스 완 2018
<저스티스 리그>의 실패로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거의 유일한 희망으로 남은 <아쿠아맨>을 보고 왔다. <컨저링> 유니버스를 성공시키고 <분노의 질주: 더 세븐>으로 액션 블록버스터 경험까지 쌓은 제임스 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등대지기와 아틀란티스의 여왕 아틀라나(니콜 키드먼) 사이의 아들인 아서 커리(제이슨 모모아)가, 아틀란티스가 왕위에 오른 아서의 이부동생 옴(패트릭 윌슨)의 욕망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는 메라(엠버 허드)의 요청에 따라 바다의 왕이 되는 여정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쿠아맨>의 이야기는 아주 익숙하다. MCU의 <블랙팬서>나 <토르: 천둥의 신>에서 보아온 형제간의 왕권 다툼, 세계를 구할 운명을 타고 난 주인공 등 슈퍼히어로 장르의 클리셰가 이 영화 안에 촘촘히 박혀 있다. <저스티스 리그> 직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하는 <아쿠아맨>은 아서 커리가 진정한 바다의 왕으로 거듭나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단순한 이야기를 채우기 위한 수많은 볼거리를 동원한다. 옴의 사주를 받은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와 아서가 벌이는 격투, 오프닝부터 펼쳐지는 아틀라나의 액션과 물을 조종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한 메라의 액션, 아틀란티스를 비롯해 눈부시게 펼쳐지는 바닷속 왕국들, 재난영화를 방불케 하는 해일, 제임스 완의 장기인 호러적 연출,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시키는 어트랙션 연출과 <반지의 제왕>이나 <레디 플레이어 원>의 거대한 전투를 연상시키는 전쟁 장면, <고질라>를 보는 것만 같은 거대괴수의 출현까지, 한 편의 블록버스터가 담을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143분의 러닝타임 안에 빼곡히 들어가 있다.
그렇기에 <아쿠아맨>은 조금 산만해지기도 한다. 특히 바다를 벗어나 사하라 사막이나 시칠리아 섬 등의 지역으로 아서와 메라가 옮겨가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뜬금없는 음악들은 제임스 완의 전작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연상시킨다. 갑작스러우면서 유치하게도 느껴지는 이러한 연출은 영화의 흐름을 깬다. 또한 아무리 아서 커리의 성격이 불 같고 직선적이라고 해도, 영화의 전개를 위해 막무가내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실패작이었던 <저스티스 리그>와는 다르게 안정적인 촬영과 직선적인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덜 지루하게 전달하려는 교차편집 등이 등장하지만, 몇몇 불안정한 요소들은 <아쿠아맨>을 평작의 위치에 머물게 한다.
다만 DC와 워너의 입장에서는 <아쿠아맨>이 평작의 위치에 서기만 해도 다행일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에서의 흥행이 이들에겐 매우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지금 DC에게 필요한 것은 평작의 흥행이다. <아쿠아맨>이 모두의 지지를 받는 작품이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누군가에겐 유치하게 다가오고, 누군가에겐 산만하게 볼거리만 늘어놓는 영화일 수도 있다. 동시에 또 누군가에겐 볼거리로 가득한 놀이동산 같은 영화일 수도 있다. <아쿠아맨>의 위치는 익숙한 평작, 딱 거기까지다. DC의 그다음 발걸음이 어떻게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