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반> 한준희 2018
범죄영화의 클리셰를 고스란히 성반전 시킨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한 한준희 감독의 신작 <뺑반>이 개봉했다. 경찰인 은시연(공효진)은 윤지현 과장(염정아)과 함께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F1 레이서 출신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검거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이후 팀이 와해되고 시연은 인천의 뺑소니전담반, 뺑반으로 강등당한다. 팀원이라고는 우선영 반장(전혜진)과 서민재 순경(류준열) 밖에 없는 이 곳에서, 시연은 우연히 정재철을 잡을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한다.
아쉽게도 <뺑반>은 <차이나타운>처럼 흥미로운 작품은 아니다. 기계적인 성반전이 빈약한 완성도에도 <차이나타운>을 흥미롭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면, <뺑반>에는 흥미롭게 볼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효진, 염정아, 조정석, 류준열, 전혜진 등 김고은과 김혜수를 내세운 전작에 비해서 더욱 많은, 더욱 알려진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배우들의 활용에 있어서도 아쉽기만 하다. 시연의 이야기로 출발한 이야기가 민재의 아버지(이성민)를 거치며 서사의 중심이 넘어가는 순간 영화의 중심도 휘청이며 넘어가 버린다. 때문에 영화 안에서 러닝타임의 분량과 서사적 비중을 모두 챙긴 민재와 재철에 비해 시연을 비롯한 여성 캐릭터들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다. 더군다나 민재와 재철이 직접 대면하는 세 장면은 굉장히 오글거리기까지 하다. 이야기 속에서 아버지를 사용하는 방식, 재벌과 일개 순경의 대결구도 등은 <베테랑> 등 여러 영화들을 연상시키기만 할 뿐이다.
무엇보다 액션이 가장 아쉽다.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소재를 들었을 때 많은 관객들이 “한국판 <분노의 질주>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살짝 가졌지만, <뻉반>은 이러한 기대를 배신한다. 카체이싱 위주의 액션 시퀀스들은 늘어지고 지루하기만 하다. 최근의 액션영화들에 비해 긴 숏들은 롱숏으로 액션 전체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면서 길고, 액션 디자인 전체의 허술함을 감출만한 편집 트릭도 없다. 게다가 액션이 벌어지는 공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종종 동선이 꼬이기도 하고, 갑자기 어떤 장소로 인물들이 이동한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민재가 선보이는 맨손액션들은 나쁘지 않지만, 영화의 톤과는 이질적이어서 튀기만 한다.
<뻉반>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등장한 쿠키영상을 통해 후속편을 예고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후속편이 과연 제작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시즌제 드라마로 만들어져 차근차근 캐릭터들을 쌓아갔다면 성공할 수 있는 설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좋은 배우들에게 나쁘지 않은 설정의 역할을 맡겼음에도, 133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의 영화에도,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무개성의 존재로 남았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