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워>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2018
<라스트 리조트>, <파리 5구의 여인> 등을 연출했고, <이다>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파벨 파블리코프스키의 신작 <콜드 워>를 관람했다. 이번 작품 또한 전작에 이어 흑백에 1.37:1 화면비를 고수한다. 60년대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이다>와는 다르게, <콜드 워>는 세계 2차 대전 직후 냉전에 돌입한 동유럽의 상황을 그려낸다. 1949년의 폴란드, 1952년의 베를린, 1954년의 파리, 1959년 다시 폴란드. 영화는 민요를 부르는 사람들을 모아 악단을 만든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빅토르(토마즈 코트)와, 시골 출신은 아니지만 악단에 합류하게 된 줄라(요안나 쿨릭)의 사랑을 그린다.
영화는 냉전체제 밑에서 소련의 영향권 안에 있는 폴란드와 반으로 갈린 베를린, 자유주의 체제 안에 있는 파리 세 공간을 통해 이들의 만남과 이별을 담아낸다. 88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그려지는 만남과 이별 중 가장 순수한 모습의 첫 만남은 체제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악단의 공연에 당이 개입하고, 합창하는 단원들의 뒤로 스탈린의 얼굴이 등장한다. 결국 이들은 동서로 분단된 베를린에서 이별한다. 그리고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 밖에 있는 파리에서 재회한다. 여기서 이들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미 연인이 있어도, 결혼을 했어도, 둘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재회한다. 심지어 자유의 가능성에는 (감옥에 수감될 것이 뻔한) 다시 폴란드로 돌아가는 것 또한 포함된다. <콜드 워>가 그려내는 빅토르와 줄라의 사랑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분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놀랍도록 아름다운 촬영이다. 얼마 전 발표된 아카데미 시상식에 외국어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촬영상 후보에 지목된 것은 영화를 보고 나면 그다지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파벨 파블리코프스키의 전작 <이다>를 비롯하여 <히어 애프터>, <러빙 빈센트> 등의 촬영을 맡았던 루카즈 잘 촬영감독의 촬영이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합창단 뒤로 스탈린의 얼굴이 등장하는 장면, 빅토르와 함께 잠시 소풍을 나온 줄라가 강물에 떠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일사불란하게 같은 동작을 그리는 단원들의 발 등은 감각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빅토르와 줄라의 상황을 압축적인 이미지로 짧은 러닝타임 안에 담아낸다. 이데올로기, 국가적 분열, 전쟁 등의 상황에서의 사랑을 담은 영화는 많았지만, <콜드 워>는 유사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 중에서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폴란드-베를린-파리-폴란드, 동유럽에서 서유럽을 관통하는 거대한 원을 그리며 완성되는 둘의 사랑과 여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