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02. 2019

착하고 무난하고 종종 아쉬운

<증인> 이한 2018

 살인인지 자살인지 모호한 사건이 발생한다. 피고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양순호(정우성)는 사건의 목격자를 찾아간다. 유일한 목격자인 임지우(김향기)는 자폐증이 있다. 검사 이희중(이규형)은 지우의 증언을 토대로 피고를 기소했다. 양순호는 지우와의 교감을 통해 지우의 자세한 증언을 얻어내고, 이를 통해 변호를 하려 한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휴머니즘’적인 색채가 가득한 작품을 만들어온 이한 감독이 <오빠생각>의 부진을 딛고 신작 <증인>으로 돌아왔다. 정우성과 김향기라는 두 스타배우를 내세운 영화는 예상대로의 무난하고 착한 영화였다.

 영화는 민변 출신인 양순호가 대형 로펌에 들어가고, 로펌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지우가 증인으로 서게 될 사건을 맡게 된다. 지우의 증언을 통해 기소가 이루어진 사건에서, 지우를 증인으로 내세워 피고의 무죄를 밝히려 한다는 시놉시스가 흥미롭다.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에 파킨슨병에 걸린 순호 아버지와 순호의 관계, 지우와 등하교를 함께 하는 친구, 이희중 검사의 동생 이야기, 순호가 민변으로 함께 활동했던 대학동기 수현 등의 살을 붙인다. 늘어놓고 보면 산만해 보이지만, 이한 감독은 이들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매끄럽게 영화를 이끌어간다. <증인>은 양순호의 뒤를 따라가며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를 경유하고, 이를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과 소통에 대해 말한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증인>이 아주 무난하고 순수한 방식으로만 쌓아 올린 영화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부터 후반부까지의 몇몇 장면들은 전반부의 안정감을 위태롭게 만든다. 접대 여성들이 등장하는 룸 장면, 플롯 트위스트 이후 누군가가 지우를 찾아오는 장면 등 굳이 필요한가 싶은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더욱이 후반부 들어 ‘정상’이라는 단어가 조금 남용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또한 영화 내내 지우가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선, 그러한 지우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시혜적인 시선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다만 순호와 지우가 관계를 쌓아가는 방식은 긍정적이었다는 점이 <증인>이 지닌 장점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만들어지다 만 캐릭터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