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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08. 2019

찬사는 이렇게 보내야 한다

<위대한 버스터 키튼> 피터 보그다노비치 2018

 ‘위대한 무표정’ 버스터 키튼은 1920년대 무성영화 시절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특히 찰리 채플린, 해롤드 로이드와 함께 무성영화 시기 3대 코미디 스타 중 독보적으로 놀라운 스턴트를 보여주며, 이를 통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주로 선보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버스터 키튼을 세계 최초의 ‘액션 스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평론가이자 감독인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위대한 버스터 키튼>은 버스터 키튼에 대한 애정고백이자, 그의 일생과 영화 활동을 정리한 전기 다큐멘터리이다. 키튼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까지, 처음 영화계에 발을 들인 1917년부터 1966년 마지막 영화를 찍을 때까지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키튼은 보드빌 공연에서 활약하던 부모님을 따라 어릴 때부터 슬랩스틱 코미디를 체화하고, 동료를 통해 영화 매체를 접한 이후 영화를 통해 그러한 코미디를 구현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1920년 첫 연출작인 단편영화 <일주일>을 시작으로 1928년 장편영화 <스팀보트 빌 주니어>까지 이어지는 버스터 키튼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1928년 토키영화(유성영화)의 등장과 MGM과의 계약으로 인해 키튼의 전성기는 끝나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20년대 키튼의 전성기는 많은 관객들에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MGM과의 계약 이후 유성영화에도 출연하고, TV쇼나 CF, 각종 단편영화에 출연한 버스터 키튼의 후반기의 활동은 크게 알려져 있진 않다.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키튼의 전성기가 끝났음을 아쉬워함과 동시에, MGM에 통제권을 빼앗기고 키튼 본인마저 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번뜩이는 키튼적인 순간들을 찾아낸다. 이러한 피터 보그다보비치의 버스터 키튼 예찬은 수많은 영화인들의 인터뷰와 함께 구성된다. 오프닝에서 과거 인터뷰 장면을 통해 등장하는 피터 보그다노비치 본인부터, 멜 브룩스, 프랑크 카프라, 베르너 헤어초크, 쿠엔틴 타란티노, 딕 반 다이크, 존 왓츠, 조니 녹스빌, 빌 헤이더 등 수많은 영화인들이 출연하여 키튼에 대한 찬사를 쏟아낸다. 또한 성룡부터 MCU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키튼의 영화 속 액션이 액션 영화의 계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한 간단하게 소개된다.

 무엇보다 <위대한 버스터 키튼>은 현존하는 최고의 씨네필이라 할 수 있는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버스터 키튼 베스트 씬 컴필레이션”이다. 20년대 키튼의 모든 연출작 속 최고의 장면들을 편집하여 보여주고, 이를 분석하기도 하며, 전성기 이후의 출연작들에서 키튼적인 순간들을 뽑아내 보여주기도 한다. <일주일>의 유명한 철로 장면부터 시작해서, <경찰>의 놀라운 스턴트, <셜록 주니어>의 영화 속 영화 장면, 키튼이 직접 발명한 <허수아비>나 <일렉트릭 하우스>의 놀라운 기계장치들, <제네럴>의 기차들, <스팀보트 빌 주니어>의 허리케인 장면까지 수많은 명장면들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또한 유성영화 속 키튼의 정극연기, 찰리 채플린의 <라임 라이트>에서 채플린과 키튼이 함께한 장면, <선셋 대로> 속 퇴물 무성영화배우로의 카메오 출연, 말년에 출연한 <레일로드>와 같은 단편영화, TV쇼 [몰래카메라]에서 보여주는 키튼적인 순간들…… <위대한 버스터 키튼>은 버스터 키튼의 영화가 아니지만, 보그다노비치가 선별한 키튼의 장면들을 보면서 키튼의 영화를 볼 때와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영화 전체가 아닌 분절된 하나의 쇼트 혹은 시퀀스일 뿐이지만,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만나는 그 장면들을 보는 관객들은 키튼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웃을 수밖에 없다. <위대한 버스터 키튼>은 버스터 키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거나, 어떤 놀라운 해석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잘 몰랐을 20년대 이후의 생애와 활동, 그리고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놀라운 스턴트들을 보고 있자면 그저 행복할 수밖에 없다.


p.s. 극 중 버스터 키튼의 <제네럴>을 이야기하기 전, 70년대에 오손 웰즈가 <제네럴>을 소개하는 모습이 담긴 푸티지가 등장한다. 오손 웰즈는 피터 보그다노비치에게 영화적 스승이자 동료였다. 보그다노비치는 작년 공개된 웰즈의 유작 <바람의 저편>에서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때문에 <위대한 버스터 키튼>에서 오손 웰즈가 등장하는 순간은, 보그다노비치가 두 거장에서 동시에 바치는 찬사이자 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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