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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30. 2019

LONG LIVE THE KING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마이클 도허티 2019

 2014년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로 시작해 조던 복트 로버츠의 <콩: 스컬 아일랜드>로 이어진 워너-레전더리의 ‘몬스터버스’가 신작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를 내놓았다. 이번 영화는 고질라 외에도 기도라, 모스라, 라돈, 그 밖의 여러 괴수들이 등장하는, 그야말로 ‘몬스터버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외양을 갖춘 작품이다. 그동안 <엑스맨2>, <수퍼맨 리턴즈> 등 슈퍼히어로 영화의 각본을 써오고, <트릭 오어 트릿>과 <크람푸스> 등 저예산 호러영화들을 연출해온 마이클 도허티가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전작에서 쑥대밭이 된 2014년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다. 무토에 공격과 이를 저지하던 고질라에 의해 아들을 잃은 마크(카일 챈들러)와 엠마(베라 파미가)는 이혼하게 된다. 엠마는 딸 매디슨(밀리 바비 브라운)과 함께 괴수들을 비밀리에 연구해온 모나크에 남고, 마크는 떠난다. 5년이 흘러 2019년, 중국의 모나크 비밀기지를 습격한 과격파 환경운동가 조나(찰스 댄스)가 엠마와 매디슨을 납치하고, 모나크의 세리자와 박사(와타나베 켄)와 비비안(샐리 호킨스)이 마크를 다시 모나크로 데려온다. 조나는 엠마가 개발한 괴수와 대화할 수 있는 장치인 ‘오르카’를 통해 괴수들을 깨우고, 마크와 세리자와 등의 사람들은 고질라의 힘을 빌어 이를 저지하려 한다.

 괴수영화, 특히 1954년작 <고지라>부터 이어지는 ‘쇼와 고지라’의 영화와 괴수들을 좋아하던 관객들에게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특히 ‘쇼와 고지라’ 시대는 지금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표방하는 작품들이 그러하듯, 고지라와 별개로 제작된 괴수영화들을 고지라의 세계관 안으로 편입시키는 시도가 이루어졌었다. <하늘의 대괴수 라돈>의 라돈이나 <모스라>의 모스라 등이 <모스라 대 고지라>, <3대 괴수 지구 최대의 결전>, <괴수 대전쟁> 등의 영화를 통해 고지라와 같은 세계관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 이러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킹콩 대 고지라>와 같은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러한 시도들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이벤트가 되었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그러한 전통을 이어간다. 이미 전작에서 ‘몬스터버스’만의 오리지널 괴수인 ‘무토’가 등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계속해서 다른 괴수들을 등장시키며 세계관을 확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이러한 배경을 깔고 대자본이 투입됐기에 가능한 놀라운 비주얼들을 마음껏 선보인다. 132분의 러닝타임 중 절반 가까이의 장면에서 괴수들이 등장하며, 고질라를 비롯해 기도라, 모스라, 라돈 등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특히 예고편에서도 등장한 성충으로 변태 하는 모스라의 모습은 정말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들이 남극, 멕시코, 보스턴, 태평양 등을 배경으로 펼치는 액션들은 거대괴수영화의 팬들이 기다려오던 바로 그런 액션들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에서 예거와 카이주가 벌이던 액션들이 이번 영화에선 괴수들 간의 격투로 그려진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고질라 대 기도라, 모스라 대 라돈 등의 액션은 그 자체로 괴수영화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며, 액션의 퀄리티와 비주얼 또한 훌륭하다. 물론 전작 <고질라>처럼 신선한 카메라 구도를 선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영화는 차라리 ‘쇼와 고지라’ 영화들의 구도와 유사하다. 도시 전경을 풀샷으로 잡고, 빌딩 사이에서 격투를 벌이는 괴수들의 모습을 거대하게 보여주는 것, 여러 괴수들이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면들, <모스라>의 ‘소미인 쌍둥이’를 포함한 각종 오마주 등은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거대함, 육탄전, 오마주, 이 영화는 오롯이 ‘고지라’의 팬들을 위한 작품이다. 원작에서 등장했던 ‘고지라 테마’, ‘모스라 테마’ 등이 변주되어 등장하는 장면에서 감격하지 않을 팬이 있을까?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다. 마크, 엠마, 세리자와, 비비안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간 캐릭터들은 초거대 괴수들의 대격돌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기만 하고, 이야기 자체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게다가 ‘오르카’라는 장치는 그저 괴수들을 깨우기 위한 장치로만 사용될 뿐이다. 모나크라는 기관의 운영방식 묘사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제멋대로이고, 어떤 캐릭터는 어이없는 방식으로 퇴장하기도 한다. 영화의 ‘인간’ 주인공들의 만듦새는 그야말로 한심하다. 그럼에도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제 할 일을 제대로 해낸 작품이다. “초거대 괴수들 대격돌”이라는 포스터의 문구를 거의 완벽하게 살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성공적이다. 마이클 도허티는 <크람푸스>를 통해 보여준 크리처 비주얼에 대한 욕심을 이번 영화에서 마음껏 풀어냈다. 그 결과,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거대함, 육중함, 아름다움 등의 수식어를 마음껏 붙일 수 있는 비주얼을 지닌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나는 이런 ‘거대함’의 팬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선보인 거대함을 마음껏 즐긴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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