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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아프게 수다떤 기분

우디 앨런의 2016년 작품 <카페 소사이어티>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1930년대 헐리우드, 뉴욕에 살던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일자리를 찾아 이곳에 온다. 영화계의 거물인 삼촌 필(스티브 카렐)의 도움으로 심부름 일을 시작한 바비는 필의 비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짝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보니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것. 보니가 애인과 해어진 이유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결혼해 뉴욕으로 돌아가자는 바비의 제안을 보니가 거절하고 헤어진다. 이후 뉴욕에서 성공한 바비의 사교클럽에 보니가 찾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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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영화는 딱 한 편 봤었다. <미드나잇 인 파리> 외에 본 영화가 없었다. 우디 앨런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영화를 봐서가 아니라 이런 저런 글들에서 읽어 아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본 그의 신작 <카페 소사이어티>는 참으로 우디 앨런스러웠다. 물론 우디 앨런에게도 여러 면모가 있겠지만, 언제나 수다스러운 그의 모습이 <카페 소사이어티>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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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소사이어티>를 보며 <미드나잇 인 파리>와 묘하게 비슷하단 느낌이 들었는데, 과거의 실제 인물들을 등장시킨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바비(제시 아이젠버그)가 그들을 직접적으로 만나진 않지만, 하워드 혹스, 빌리 와일더, 존 포드, 진 켈리 등 영화 속 배경이 되는 헐리우드를 주름잡았던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이 쏟아지는 것이 묘한 잔재미를 준다. 관객들을 1930~40년대 헐리우드로 끌고 오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었나 싶었다.

영화 사운드의 95%가 대사로 채워져 있다. 대사가 비었다 싶으면 우디 앨런의 나레이션이 튀어나오고,이내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배우들이 대사를 짧은 시간에 빠르고 압축적으로 소화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캐릭터들의 끝없는 (당시 헐리우드 이야기가 곁들여진) 수다를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영화가 끝나니 내가 96분 동안 수다 떤 것처럼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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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영화가 즐거웠다는 증거는 입이 아픈 것 밖에 없다. 휘발성 강한 영화의 이야기는 우디 앨런의 개인사가 곁들여지면서 완전히 동의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엔딩이 추잡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낄낄거리면서 볼 이야기지만, 남성 시각에서 진행되는 불륜 미화적 이야기에 크게 몰입하고 싶진 않았다.

최근작들에 비해 (수다스러운 것은 여전하지만) 힘을 빼고 연기한 제시 아이젠버그의 연기와, 이제는 입꼬리로도 연기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합이 좋았다. <아메리칸 울트라>에서도 둘이 잘 어울리는 합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와 정반대의 캐릭터들임에도 잘 어울린다. 좋은 배우들은 비슷한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주는 듯 하면서도 캐릭터는 다르고, 전작과 비슷한 상황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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