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커>와 <미드90>, 두 작품은 일종의 백인 남성 성장기이다. 두 작품 모두 폭력으로 점철된 인생의 한 시기를 그리고 있으며, 폭력을 통해 그것을 벗어나거나 무마하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느끼고 싶어하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 과정에 대한 어느 정도의 낭만화가 동반된다. 그럼에도 나는 <조커>가 싫고 <미드90>이 좋다. 이것은, 듀나가 트윗을 통해 <조커>를 지적한 것처럼, 오로지 아서 플렉의 시점으로만 진행되며 종종 그를 우러러 보는 <조커>와는 달리, <미드90>은 스티비의 비행에서 거리를 두고 그를 관찰하는 인물들(엄마 데브니와 형 이안)이 있기 때문이다.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을 관찰하는 작품에 그에게서 거리를 두고 그를 관찰하는 외부관점이 없다면 관객은 주인공에게로의 몰입을 강요당한다. <조커>를 그러한 사례의 대표적인 예시로 둘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주인공의 주관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외부관점이 존재하는 작품은 폭력의 원인-과정-결과를 어느 정도 통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미드90>의 후반부에서 데브니가 스티비의 친구들을 바라보는 장면에서의 패닝은 그러한 외부관점의 존재를 관객에게 각인시키고, 스티비의 팔에 감긴 깁스의 의미를 다각도로 곱씹어보도록 유도한다. 공교롭게도 <조커>를 연출한 토드 필립스의 바로 전작인 <워 독>에는 <미드90>으로 연출 데뷔를 치룬 조나 힐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한국에서 동시기에 개봉한 두 영화에서 잠시나마 파트너 관계였던 둘이 폭력을 얼마나 다르게 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2. 토드 필립스는 DC에 <조커>와 같은 DCFU와 관련없는 외전격의 작품들인 'DC 다크 유니버스'를 제안했다고 한다. 물론 '유니버스'라는 제목이 붙었다고 해서 또 다른 세계관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DC코믹스에서 엘스월드(Elseworld)라 불리는 작품들의 영화화를 추진하고자 제안한 것이다. 이 소식에 [슈퍼맨: 레드 썬]과 같은 여러 작품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조커>에는 기존 DCFU를 연상시키는 장면(웨인 부부가 골목길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분명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같은 장면을 연상시킨다. 물론 <조커>와 DCFU는 시대적 배경을 비롯해 여러 설정들이 들어맞지 않는다. 하지만 DC와 토드 필립스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DC는 여전히 MCU를 따라잡고자 하는 욕망에휩싸여 있다. <조커>를 아무리 DCFU에서 분리하려 해도, 영화가 적절한 성공을 거둔다면 언제든 '유니버스' 안으로의 편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대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집착은 언제쯤 사그라들 것일까?
3.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간다. 작년엔 짧게라도 가보려던 일정이 태풍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올해도 태풍이 오긴 했지만 다행히도 영화제 개막 전에 지나갔다. 작년을 제외하면 올해로 네 번째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이다. 시간표와 라인업에 대한 크고 작은 불만들은 언제나 있어 왔지만, 올해는 시간표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회차가 아닐까 싶다. 여튼 4박 5일 동안 페드로 코스타, 앙겔라 샤넬렉, 브루노 뒤몽, 쥐스틴 트리에, 마르코 벨로키오, 파트리시오 구즈만, 피에트로 마르첼로, 구로사와 기요시 등의 신작을 보러 간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역시 코스타 <비탈리나 바렐라>와 기요시 <지구의 끝까지>, 뒤몽 <잔 다르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