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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여전히 흥미롭다는 증거

더욱 탄탄해진 시리즈 <스타트렉 비욘드>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사실 첫 티져가 나왔을 때 걱정을 많이 했다. <분노의 질주> 3~6편을 연출한 저스틴 린 감독인만큼 영화가 가벼워진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J.J 에이브람스의 묵직한 <스타트렉>, 특히 2편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이번 영화의 톤이 걱정됐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스타트렉: 비욘드>에 대한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저스틴 린 감독은 오리지널 드라마에 대한 헌사와, <스타트렉>이 있게 만들어준 레너드 니모이에 대한 추모와 헌사, 안톤 열친에 대한 추모까지 담아냈다. <스타트렉>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후반부는 보는 내내 감동으로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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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과 스케일은 더 풍성해지고, 미지의 우주를 탐험한다는 기존의 컨셉과 더 가까워졌다. 특히 미지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커크(크리스 파인)의 나레이션으로 담은 오프닝과 엔터프라이즈 호 크루들의 목소리들이 한 마디씩 번갈아가며 비슷한 나레이션을 읊는 엔딩의 감흥이 상당하다. 오리지널 드라마의 느낌이랄까. 사실 드라마를 제대로 보진 않았지만 그것만의 클래식한 느낌이 가득했다.


영화가 끝난 후 '재밌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저스틴 린 감독의 모든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분노의 질주>시리즈를 통해 오락영화를 만드는 법을 확실히 체득해낸 솜씨였다. 거기에 시리즈 전체에 대한 애정과 헌사를 가득 담아낸 연출력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미지의 세계를 여행한다.’라는 <스타트렉>의 컨셉과, 오토바이, 80년대 힙합 등의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섞어 재미를 주는 부분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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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업 무비는 이렇게 만드는 거다. 커크와 스팍(제커리 퀸토)부터 우후라(조 셀디나), 본즈( 칼 어반), 스코티(사이먼 페그), 체코프(안톤 옐친), 술루(존 조) 등 기존 멤버와 새로 등장한 캐릭터 제이라(소피아 부텔라)까지 여러 명에게 골고루 분배된 러닝타임은 영화를 균형 잡히게 만들어준다. 기본적으로 각자의 역할의 충실하면서, 서로의 자리를 보충해주기도 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나누어 가지며 모두가 빛이 난다. 어느 캐릭터 하나 버리지 않는 세심한 각본과 카메라의 시선이 돋보였다. 모든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 집어넣다 보면 교통정리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저스틴 린 감독은 최소한의 것들만 보여주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전사를 완성시키도록 하는 전략을 취했다. 물론 전작에서 쌓인 캐릭터들의 관계들의 덕도 있지만, 전작들보다 더 여러 캐릭터들에 눈길이 가도록 만든 연출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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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초중반부가 좀 늘어진다. 조금은 갑작스럽게 미지의 성단에 들어가게 되는 엔터프라이즈 호, 생각보다 오랜 시간 이어지는 첫 번째 공격, 엔터프라이즈 호가 미지의 행성에 추락하는 과정까지가 조금 늘어진다. 엔터프라이즈 호가 공격당해 갈기갈기 찢기는 장면에 러닝타임을 많이 할애한 이유는 알겠지만,전체적으로 늘어진다는 점이 아쉬웠다.


갑작스럽게 퍼블릭 에너미의 ‘Fight The Power’가 등장하는데, 어색하지 않고 반가웠다. 누가 2300년대가 배경인 <스타트렉>에서 퍼블릭 에너미의 노래를 들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거기에 하이라이트 씬에서 터지는 비스티 보이즈의 ‘Sabotage’는 극을 절정으로 이끌어준다. 이어지는 본즈와 스팍의 대화 “클래식이군.” 그렇다. 2300년대가 배경인 그들의 시간대에서 1980년대의 음악은 클래식이다. 그래서 <스타트렉>시리즈가 매력적이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타트렉>은 1966년에 시작한 클래식과 다름없다. 그 클래식이 지금까지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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