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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0. 2020

7. <레이드: 첫번째 습격>

원제: Serbuan Maut
감독: 가렛 에반스
출연: 이코 우웨이스, 조 타슬림, 도니 알람시야, 레이 사헤타피
제작연도: 2011

 인도네시아의 무술 '실랏'에 푹 빠진 영국의 영화감독 가렛 에반스는 인도네시아로 향한다. 2009년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첫 장편영화 <메란타우>를 연출한다. <메란타우>는 수마트라를 배경으로, 실랏을 연마하던 한 청년이 인도네시아 각 지역을 돌며 수행해야 하는 '메란타우'라는 의식을 진행하던 중 인신매매조직과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뜻 태국의 <옹박>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이야기는 인도네시아 전통무술인 실랏이 액션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에 부족함이 없음을 증명한다. 이와 거의 동시기에 한국에서 제작된 이정범의 <아저씨>(2010)에서 태국 배우 타나용 웡트라쿨이 실랏을 선보이고 영화가 성공을 거두며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다. 가렛 에반스는 이에 힘입어 2011년 <레이드: 첫번째 습격>을 내놓는다. 

 영화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실랏을 비롯해 무술에 능한 젊은 경찰 라마는 갱단이 점령한 아파트에 대한 공격을 명령받는다. 이들은 1층부터 갱단 보스가 위치한 최상층까지 한층한층 올라가지만, 아파트의 거의 모든 주민이 갱단 멤버인 만큼 갈수록 사상자가 늘어나고 총탄을 비롯한 무기들도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주인공의 친형이 갱단 보스의 오른팔인 사실이 드러나고, 작전을 지휘하던 형사가 갱단과 뒷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라마는 이제 작전이 아닌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한다.

 마치 게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듯 한층한층 올라가는 구조는 직선적인 이야기에 힘을 실어 넣는다. 층을 올라갈 때마다 주인공의 무기는 줄어들고 적들은 더욱 강력해진다. 영화 중반부부터 행동을 시작하는 갱단의 이인자 매드독의 존재감은 아파트 한 층 전체를 지배하기도 한다. 경찰과 갱단 사이에 벌어지던 초반의 총격전은 층이 올라갈수록 칼과 곤봉, 그리고 맨손격투로 변화한다. 그 변화에 사이엔 라마가 선보이는,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라마를 연기하는 이코 우웨이스의 놀라운 액션 퍼포먼스가 존재한다. 실제로 실랏을 연마하던 청년인 그는 앞서 언급한 <메란타우>의 주연을 맡으며 영화배우로 데뷔했고 <레이드: 첫번째 습격>을 통해 단박에 액션 스타로 거듭났다. <정무문>(1972)의 이소룡이나 <엽문> 시리즈(2008~2019)의 견자단을 연상시키는 스피드한 액션과 타격감은 이코 우웨이스 개인은 물론, 2014년 개봉한 <레이드 2>를 넘어 2010년대 인도네시아 액션영화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고, 더 나아가 2010년대 세계 액션영화의 트렌드로 자리잡는다. 라마가 자신의 형과 함께 매드독을 상대하는 2:1 격투의 놀라움은 영화 한편을 넘어서는 것이다.

 <메란타우>와 두 편의 <레이드> 시리즈 이후 이코 우웨이스와 매드독을 연기한 야얀 루이한은 인도네시아를 넘어 할리우드 영화에도 진출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에선 범죄 조직 칸지클럽으로, B급 SF영화 <비욘드 스카이라인>에서는 실랏으로 외계인을 상대하는 이들로 등장했다. 하지만 두 영화에서 이들의 대우는 아쉽기만 했다. 최근 두 배우는 각각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코 우웨이스는 인도네시아 액션 영화 <헤드샷>(2016)과 <밤이 온다>(2018),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행자객>(2019)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고 최근엔 G.I.Joe의 스핀오프인 <스네이크 아이즈>(2020)에 출연을 확정지었다. 야얀 루이한은 미이케 다카시의 <도쿄 아포칼립스: 최후의 결전>(2015) 등 몇 편의 B급 영화에 출연하다 <레이드 2>에 함께 출연했던 세셉 아리프 라흐만과 함께 <존 윅 3: 파라벨룸>(2019)에 출연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레이드> 시리즈를 연출한 가렛 에반스가 넷플릭스에서 <복수의 사도>(2018) 같은 범작을 연출하는 동안, 두 주연배우는 아시아와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2010년대 액션영화의 계보를 새롭게 썼다. 이들이 바꾼 액션영화의 흐름이 2020년대에는 어떻게 펼쳐질까? 이른 짐작이지만, 야얀 루이한이 출연했던 <존 윅 3>의 후속작 <존 윅 4>(2021)와 동양 무술을 적극적으로 끌어온 시리즈인 <매트릭스 4>(2021)에서 그 영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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