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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08. 2020

5.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파트 2>

원제: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감독: 데이빗 예이츠
출연: 다니엘 레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랄프 파인즈
제작연도: 2011

 <신비한 동물사전>(2016)으로 이어지는 영화들과 원작자 J.K. 롤링의 각종 트롤링이 스스로 위상을 깎아먹고 있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는 21세기의 첫 10년을 지배한 프랜차이즈이다. 1997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2007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로 완결된 소설과 큰 시차를 두지 않고 시작된 영화판 '해리 포터'는 MCU 이전 할리우드의 가장 성공한, 그리고 가장 긴 프랜차이즈였다. 물론 24번째 영화의 개봉을 앞둔 007 시리즈가 있지만 딱히 연속성을 지니지 않으니까. MCU의 <어벤저스>(2012)가 개봉하기 1년 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파트 2>를 통해 막을 내린 이 프랜차이즈는 90년대생의 첫 소설임과 동시에 첫 영화이기도 하다. 나를 포함해 많은 90년대생 또래들이 2001년 개봉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통해 첫 영화 관람 혹은 첫 극장 경험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아마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파트 2>는 썩 좋은 작품은 아니다. 크리스 콜럼버스가 연출한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2002),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한 <아즈카반의 죄수>(2004) 이후 시리즈의 완성도는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다. <불의 잔>의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 <불사조 기사단>(2007)의 너저분한 로맨스와 어처구니 없는 연출을 선보이는 시리우스 블랙의 죽음, <혼혈왕자>(2009)의 후반부 호그와트 장면 등은 원작을 보면서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국내에선 4~5권 정도로 나뉘어 출간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불사조 기사단>부터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까지 프랜차이즈의 연출을 이어가고 있는 데이빗 예이츠의 능력은 중심서사를 살린 채 영화에 담기 어려운 가지들을 쳐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영화 여기저기 남은 잔가지들은 영화들을 다시 볼 때마다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죽음의 성물 파트 2>가 선사하는 피날레는 뭉클하기만 하다.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한 <죽음의 성물>은 7편의 영화 중 가장 충실하게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겨낸다. 영화 후반부 볼드모트의 죽음을 먹는 자들과 불사조 기사단 및 덤블도어의 군대가 호그와트에서 벌이는 전투 장면이 가장 좋은 예시이다. 오랜 기간 소설과 영화로 쌓인 캐릭터들의 면면이 다시 한번 펼쳐지고, 카메라는 소설을 통해 예고된 결말로 향하는 세 주인공의 발걸음을 뒤따라간다. 지난 10년 동안 스크린에서 보아왔고, 소설을 통해 상상하던 공간을 아름답게 구현해온 세트장을 아낌없이 박살내며 먼지와 피를 뒤집어 쓴 해리,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그의 친구와 가족, 교수들을 영화 개봉일에 보던 기억은 한 시기를 떠나보내는 감각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이건 아마 해리 포터 시리즈로 책과 영화를 처음 접한 어떤 개인의 감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감상들은 시리즈가 완결된지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이어지고 생명력을 불어 넣으며, <신비한 동물사전>의 실패와 자꾸만 기존 설정을 파괴하는 원작자의 발언 속에서도 애정을 수혈하는 팬들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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