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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5. 2020

남은 건 20년 전의 추억뿐

<나쁜 녀석들: 포에버> 아딜 엘 아르비, 빌랄 팔라 2020

 형사 마이크(윌 스미스)와 마커스(마틴 로렌스)는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마이크는 여전히 범인들을 잡는 일에 열정을 보이고 있지만, 이제 막 손자를 품에 안은 마커스는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던 중 마이크가 멕시코 카르텔의 새로운 보스인 아르만도(제이콥 스키피오)에게 총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구사일생으로 마이크는 살아남지만, 복수의 의지를 불태우는 그에 반해 마커스는 계속 은퇴를 주장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암살 사건들로 인해, 둘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뭉치기로 결심한다. <나쁜 녀석들: 포에버> 국내에선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6언더그라운드>를 통해 알려진 마이클 베이의 데뷔작이자,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가 메이저 상업영화에서 처음 성공을 거둔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신작이다. 17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며, 이번엔 마이클 베이 대신 <블랙>이나 <팻저> 등의 B급 액션 영화를 연출해온 벨기에의 콤비 아딜 엘 아르비와 빌랄 팔라가 메가폰을 잡았다. 마이클 베이는 이번 영화에 제작자로도 참여하지 않았지만, 한 장면에서 카메오로 출연한다.

 17년 만의 속편인만큼 이번 영화는 앞선 두 편의 시리즈를 즐겼던 관객들의 추억을 건드리려 한다. 마커스는 이제 할아버지가 되었고, ‘방탄 경찰’ 마이크는 총격을 당한다. 언뜻 이들의 늙음이 이번 영화의 중요한 소재처럼 보인다. 이들의 늙음은 전작들에 비해 줄어든 액션 장면의 비중만큼이나 크게 느껴진다. 액션의 빈자리는 여전한 마이크와 마커스의 입담으로 채워진다. 여기서 여전하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이다. 여전히 1995년 첫 영화의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과, 여전히 거기에 머물러 있다는 것. 시리즈의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또 다른 영화 <버버리 힐즈 캅>은 80년대 최고의 히트 시리즈 중 하나였다. <나쁜 녀석들>은 그 영화를 두 명의 흑인 남성 경찰이 주인공인 버디 액션 영화로 변화시킨 작품이다. <버버리 힐즈 캅>에서 에디 머피가 선보인 코미디와 액션을 마틴 로렌스와 윌 스미스가 양분한다. 거기에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등을 비롯한 여러 액션 영화의 레퍼런스를 마이클 베이 스타일대로 규모를 확장한 것이 <나쁜 녀석들>이었다. 

 이번 영화도 그러한 틀을 충실히 따라간다. 하지만 이제 50대의 나이에 접어든 두 사람의 코미디 감각은 과거에 머물러 있고, 출생의 비밀 같은 지겨운 클리셰 범벅인 서사는 지루하다. 2010년대의 액션 트렌드에 발맞춰 <레이드> 시리즈의 실랏이나 무에타이와 같은 근접 격투 무술을 도입하고 <존 윅>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총격전을 조금 집어넣었지만, <나쁜 녀석들> 시리즈가 지닌 액션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심지어 전작들처럼 ‘무식하게 때려 부수는’ 규모의 액션도 제대로 선사하지 못한다. 이번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루다크리스와 타이리스 깁슨이 연기하는 코미디 듀오의 스핀오프 영화 같다는 인상마저 든다. 마이크의 동료 리타(파올라 누녜스)가 이끄는 AMMO 팀의 등장은 수많은 경찰/스파이 영화의 첨단 수사 어쩌고 클리셰를 지루하게 반복할 뿐,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지 못한다. 결국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80~90년대 흥행작들의 수명을 어떻게든 늘려보려는 할리우드의 게으른 기획 중 하나에 머물게 되었다. 최근 쏟아지는 수많은 속편과 리메이크가 그런 것처럼, 이 작품 또한 추억을 상기해주긴 하지만 그것을 보완해주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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