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장고: 분노의 추적자>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제이미 폭스, 크리스토프 발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무엘 L. 잭슨
제작연도: 2012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르영화 가지고 놀기는 2010년대에도 계속된다. 특히 2010년대의 세 작품은 서부극, 특히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들로 대표되는 스파게티 웨스턴을 중심에 두고 있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세르지오 코르부치가 연출하고 프랭크 네로가 주연을 맡은 <장고>(1966)에서 제목을 따왔고, <헤이트풀8>(2015) 또한 코르부치의 <더 그레이트 사일런스>(1968)의 배경을 차용하고 <석양의 건맨>(1965)의 인물들을 자신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의 인물들인 것 마냥 사용한다. 최근작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는 스파게티 웨스턴이 제작되던 60년대 유럽을 배경 중 한 곳으로 선택한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타란티노의 첫 서부극이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까지 이어지는 여정의 시작이기도 하다. 갱스터영화부터 블랙스플로테이션, 무협과 쿵푸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영화를 자신의 영화에 차용하고 번역하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 서부극은 점차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남북전쟁 직전의 시기를 다룬 이 작품은 <장고>에서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을 따왔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아직 노예제가 시행되던 시기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는 장고가 킹 슐츠 박사에게 구조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자신의 아내를 노예삼은 캘빈 캔디의 농장에 복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할리우드의 기존 서부극들이 취하던 권선징악 구조를 뒤집는다. 선인과 악인의 구분이 모호한 채 진행된다는 점은 타란티노의 여러 영화들과 빼닮았다. 타란타노가 존 포드로 대표되는 미국 서부극보다 스파게티 웨스턴에 먼저 경의를 표하는 이유가 아마 이것이 아닐까?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헤이트풀8>에 비해 선악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캔디 농장의 집사 스티븐과 킹 슐츠 박사는 단순한 구조를 조금 복잡하게 만든다. 여기엔 다양한 이해관계가 뒤얽혀 있고, 그것은 타란티노 특유의 장광설을 통해 설명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혼란한 할리우드에 앞서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자유인 무법자 장고가 있다. 노예제는 그를 속박하려 하지만 그는 자유인이다. 60년대 말의 퇴물 할리우드 스타 릭 달튼은 커리어의 쇄신과 할리우드의 혼란함에서 벗어난 자유를 찾기 위해 스파게티 웨스턴을 촬영하러 떠난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타란티노에게 온전히 열린 세계이며, 그는 그 세계를 온갖 인용과 대체역사로 채워낸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에서 2차대전을 선택했던 그는, 광활하고 삭막한 서부극의 자유를 계속 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