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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8. 2020

14. <크로니클>

감독: 조쉬 트랭크
출연: 데인 드한, 알렉스 러셀, 마이클 B. 조던
제작연도: 2012

 비록 <판타스틱4>(2015)를 통해 최악을 선보였지만, 그의 장편 데뷔작인 <크로니클>은 흥미로운 영화였다. "초능력을 가진 자가 모두 영웅은 아니다!"라는 다소 따분한 홍보 카피는 잠시 미뤄두고 생각해보자. <블레어위치>(1999)부터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과 <클로버필드>(2008), 최근의 <곤지암>(2018)까지 파운드푸티지는 호러 장르에서 힘을 발휘해온 장르이다. 물론 브루스 코너의 <영화>(1958)부터 바바라 해머의 영화들을 거쳐 이태웅의 <88/18>(2018) 같은 아카이브 영화까지 실험영화와 다큐멘터리 장르에서도 파운드푸티지는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크로니클>에 대해서라면 장르영화로 한정시켜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크로니클>은 우연히 외계의 물질과 접촉한 뒤 염력을 얻게 된 세명의 십대 남성이 주인공이다. 그 중 이야기의 중심인 앤드류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가난하다. 나머지 두 사람 맷과 스티브는 앤드류의 친구이지만, 초능력을 얻기 전까진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어쨌든 초능력은 이들의 삶을 바꾸었다. 처음엔 상점의 물건을 움직여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던가 장기자랑에서 마술을 선보이는 등의 장난들로 시작했지만, 점점 능력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문제들이 등장한다. 가령, 이들은 이제 날 수 있게 되었다. 염력으로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비행한다. 그러나 구름 속에서 튀어 나온 비행기에 부딪힐뻔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번개에 맞아 스티브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 사이 이들의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간다. 셋 중 가장 강력한 능력을 보유한 앤드류는 결국 폭주하며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 과정은 대부분 앤드류의 캠코더를 통해 기록된다. 이들이 능력을 얻기까지의 초반부는 익숙한 파운드푸티지 장르의 화면들이 이어진다. 흔들리는 카메라, 무작위로 프레임에 등장하는 사람들, 정신없는 파티 현장... 하지만 이들이 초능력을 얻은 이후 카메라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여전히 앤드류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는 장면들도 존재하지만, 그는 이제 염력으로 카메라를 움직여 촬영한다. 많은 파운드푸티지 영화에서 촬영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염력을 통해 주어진 카메라의 자유는 <크로니클>이 세 주인공을 촬영하는 방식을 기존의 파운드푸티지 영화들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변화시킨다. 카메라는 앤드류의 뒤에 둥둥 떠다니며 그를 촬영하고, 심지어 함께 비행하기도 한다. 그의 카메라가 기능하지 못하는 후반부는 CCTV나 시민들의 핸드폰 카메라가 그것을 대신한다. 기존의 파운드푸티지 영화들이 한정된 카메라 구도 속에서 고군분투했다면, <크로니클>은 스스로 얻은 자유도를 통해 온갖 스펙터클을 생산해낸다.

 사실 <크로니클>의 이야기가 전달하는 주제는 조금 지겹기도 하다.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1978)과 팀 버튼의 <배트맨>(1989)로 시작된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은 언제나 슈퍼빌런을 대동했다. 슈퍼빌런의 존재는 <크로니클>의 홍보 카피가 던진 질문을 언제나 반복하고 있으며, 그것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까지 이어지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큰 테마이다. <크로니클>이 중요한 것은, 이미 많은 영화에 산재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 새로움을 더했다. 지금도 쏟아지는 파운드푸티지 장르영화들 사이에서 <크로니클>은 하나의 분기점이 된다. 더 많은 하위장르가 파운드푸티지를 통해 선보여질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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