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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23. 2020

블루스카이와 디즈니 사이의 기시감

<스파이 지니어스> 닉 브루노, 트로이 콴 2019

 세계 최고의 스파이 랜스(윌 스미스)는 정보국에서 비밀리에 개발한 드론을 회수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임무를 수행하고 복귀한 그는 무기상에게서 그 드론을 사려던 의문의 기계손 남자(벤 멘델슨)에게 드론을 탈취당하고, 그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우연히 알게 된 무기 연구소의 괴짜 월터(톰 홀랜드)에게 자신을 숨겨줄 기술을 부탁하지만, 그 기술은 사람의 몸을 비둘기로 바꾸어 주는 것이었다. 비둘기를 ‘날개 달린 쥐’라고 부를 만큼 싫어하는 랜스는 자신의 몸을 되돌려줄 해독제를 개발하는 월터와 함께 자신을 추격하는 정보국의 마시(라시다 존스)를 피해 기계손 남자를 추적한다.

 디즈니 합병 이전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마지막 작품이 된 <스파이 지니어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이다.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부터 <로봇>, <리오>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온 스튜디오의 사실상 마지막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는 작품이기에 궁금했던 작품이다. 월터라는 신입 비밀요원이 비둘기와 우연히 모종의 대결 및 공존을 이루게 되는 루카스 마텔의 단편 애니메이션 <피죤: 임파서블>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영화는 ‘007’ 이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스파이 영화의 이야기를 MCU의 영화처럼 묘사하고 있다. 사실 007이나 이단 헌트가 사용하는 가젯들이 슈트나 더욱 강력한 형태의 병기로 발전하고 캐릭터화 된 것이 ‘아이언맨’이나 ‘호크 아이’, ‘블랙 위도우’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파이 지니어스>는 스파이 영화와 슈퍼히어로 영화의 전통 사이에 위치해 있다. 스파이 영화는 아니지만 <나쁜 녀석들>의 열혈 경찰 마이크 로리를 연기했던 윌 스미스와 MCU의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를 캐스팅하고, 두 배우의 외모와 유사하게 랜스와 월터의 외모를 디자인한 것은 두 장르의 접목을 영화의 목적으로 삼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시도는 일정 부분 성공했고, 일정 부분 실패했다. (동양인 묘사에 대한 문제 지적을 할 수 있는 장면인) 랜스가 야쿠자 사이에서 탈출하는 초반부 액션 장면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같은 영화의 액션을 아이언맨에 버금가는 가젯을 통해 과장한 것처럼 느껴진다. 화려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다양한 가젯의 등장은 가젯 중심의 스파이 장르와 슈퍼히어로 장르의 접목을 어느 정도 공식화시킨다. 하지만 월터의 등장과 함께 <아이언맨> 등에서 다뤄진 비폭력의 문제를 끌어오면서 기시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월터가 비둘기로 변한 랜스와 함께 베니스에 도착하는 장면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반복이고, 랜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악당의 사연은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아랍의 테러조직에 납치당해 들은 이야기와 유사하다. 심지어 (이제는 같은 소속이 된) <스타워즈> 8, 9편 속 장소를 연상시키는 공간이 클라이맥스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비록 디즈니에 합병되기 이전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여러 기시감 덕분에 <스파이 지니어스>는 디즈니의 영향력 아래 제작된 작품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디즈니의 성향이 타사의 작품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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