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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24. 2020

25. <해피아워>

원제: ハッピーアワー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다나카 사치에, 키쿠치 하즈키, 미하라 마이코, 카와무라 리라
제작연도: 2015

 하마구치 류스케의 첫 장편이자, 317분이라는 기나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영화 <해피아워>에 대해선 어딘가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영상자료원에서 이 영화를 볼 때 5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는 기억 정도만이 잔상처럼 남아 있다. 30대가 된 네명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 영화는 삶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네 명의 친구는 서로 못할 말이 없는 사이지만, 모든 관계가 그렇듯 숨기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러던 중 한명이 사라지자 남은 세 명은 혼란에 빠진다. 

 영화 속에서 이들이 함께 참가하는 워크숍이 있다. 이 이상한 워크숍에서 균형 잡는 법을 연습하는 장면이 있다. 워크숍을 주도하는 남성은 의자가 다리 하나만으로 서 있도록 균형을 잡는다. 그의 시범과 함께 워크숍의 참가자들도 함께 의자의 균형을 맞추려고 하지만, 손을 떼는 순간 남성의 것을 제외한 모든 의자가 넘어진다. 네 명의 친구와 한 다리로 서 있는 의자. 본래 갖추어진 네 개의 다리 대신 한 다리만으로 균형을 잡고 서 있는 의자의 모습은 기이하다. 

 우리는 무엇으로 지탱되고 있는가? 네 명의 친구들은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가? 온천여행을 간 네 명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네 사람의 위치를 고정시키는 것 마냥 네 사람의 얼굴을 정면에서 담아낸다. 대화 장면의 180도 규칙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이 장면의 촬영은 넷의 관계를 단단하게 고정된 것처럼 담아낸다. 우리는 한 다리로 어떻게든 균형을 찾아 서 있을 수도 있고 네 다리를 사용해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도 있다. <해피아워>는 고독한 개별자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지탱하며 살아가는지를 긴 시간에 걸쳐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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