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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25. 2020

26. <택시>

원제: تاکسی
감독: 자파르 파나히
출연: 자파르 파나히
제작연도: 2015

 2010년, 자파르 파라히는 이란 정부로부터 20년간 영화 제작을 금지당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그는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2010), <아코디언>(2010), <닫힌 커튼>(2013) 등의 영화를 계속 제작하며 저항한다. 2015년작 <택시>는 그 저항의 연장선상이자, 영화와 예술은 결코 탄압당할 수 없음을 선언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감독인 자파르 파나히는 택시를 몰고 이란의 수도 테헤란 도심을 누빈다. 그의 택시에 타는 손님들은 테헤란의 시민들이다. 불법 DVD를 판매하는 청년, 이란에서 배급 가능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어린 조카, 물고기를 들고 탄 할머니들, 병원에 급히 가야하는 손님, 자파르 파나히의 계획을 지지하는 인권변호사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택시를 거쳐간다. 이 영화의 카메라는 절대 택시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다. 카메라가 잡는 테헤란의 모습은 물론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도 있지만, 택시에 타는 시민 하나하나가 곧 테헤란의 풍경임을 담아낸다. 이러한 방식의 게릴라적 촬영은 이란 당국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계속 됨을 선언한다.

 자파르 파나히의 택시는 영화가 촬영되고 그것을 통해 저항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카메라가 된다. 택시에 타는 테헤란 시민들이 테헤란을 구성한다면, 택시의 차창을 통해 테헤란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관객은 차창이라는 렌즈를 통해 테헤란을 엿본다. 테헤란은 그것을 통해 기록되고, 택시에 탄 손님들을 통해 발화된다. 테헤란과 이란은 독재정권의 탄압 아래 있지 않다. 자파르 파나히는 짓밟을 수 없는 공간을 형성하고 그 공간을 영화로 변화시킨다. 영화감독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미학적이고 아름다운 방식의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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