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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Dec 20. 2016

4. 보고 또 보고, N차를향해

 극장에서 본 영화를 왜 또 보냐고 묻는사람이 많았다. “이미 본 영화를 시간 아깝게 또 봐?”라는식의 질문을 받으면 “너는 이미 들은 노래 왜 또 듣냐”라고답해주곤 했었다. 처음에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본 다는 것은, 이미들은 노래를 다시 듣거나 이미 타본 롤러코스터를 다시 타보는 정도의 일이었다. <아가씨>만 4번, <라라랜드>만 5번을 봐대는 지금도 이유는 비슷하다. 영화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식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고, 좋아하는영화가 등장하면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가능한 많이 관람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가령 <아가씨>는 김태리에 ‘입덕’하게 되면서 4번을 관람하게 되었고,MCU나 <엑스맨>시리즈 같은 슈퍼히어로장르의 영화들은 영화 자체를 파게 되면서 여러 차례 재관람하게 된다. 올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만 극장에서 3번을 봤다.<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나 <라라랜드>처럼 해당 영화 자체에 푹 빠지게 되어 여러 포맷으로 재관람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극장에서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한 경험이다. 다음 장면,다음 대사가 뭘지 알고 있으면서 영화를 보는 것은 수를 복기하는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 물론영화를 만드는 입장이 아니라 관람하는 입장이라 차이는 있겠지만, 영화 한 편을 좀 더 해부하며 본다는느낌을 준다. 바둑기사가 한 수 한 수 복기하며 수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과 같다. 장면 장면을 뜯어보기도 하고, 1회차는 전체적인 영화를 봤으니 2회차엔 편집, 3회차엔 특정 캐릭터 이런 식으로 관람하기도 한다. 사실 영화 한 편을 한 번만 보고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같은 영화라도 컨디션에 따라, 당시 주목하고 있는 관심사에 따라 감상이달라지기도 한다. 여러 차례 영화를 관람하면 영화를 좀 더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재관람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 첫 영화 <괴물>

 처음으로극장에서 재관람했던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기억한다. 엄밀히 말하면 극장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동네청소년수련관에서 3000원에 했던 상영을 보러 갔던 것이기 때문이다.어쨌든 돈을 내고 스크린으로 관람했으니 극장 재관람이라고 여기고 있다. 처음 영화를 본것은 2006년 개봉 당시 대한극장에서 가족들과 함께였다. 몇주 뒤, 초등학교(당시 5학년)정문에서 나눠주는 청소년수련관 영화 상영회 할인권을 보고 <괴물>상영회가 있음을 알았다. 당시에 막 천만 관객을 넘었던 시기였다. 뭐에 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받은 할인권까지 동원해서금토일 상영을 전부 다녀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간에 한 부분(송강호가붙잡혀 수술 당하기 전 제압당하는 장면에서 요원들이 “원효대교? 원효대사해골 물?”하던 장면)이 잘려있었다. 그래도 값싸게 혼자서 여러 번 재관람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었다. 이후 DVD 박스세트를 구입해 집에서 부가영상까지 여러 차례 반복관람 했었다. 


 사실<괴물>을 재관람한 것은 이 영화를 더 뜯어보고싶거나 파헤치고 분석하고 싶었던 의도는 아니었다.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단순히 좋아서 재관람 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던 한강이라는 공간에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장면에 충격을 받았고,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경험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영화적경험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재관람했다고 해야 될까?

분석하며 영화를 보는 재미를 알려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의부분 부분을 뜯어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매드맥스>가영화 자체를 더 깊게 보기 위해 재관람한 첫 영화로 기억된다. 이제 시작한 수준이지만, 영화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 사실 <매드맥스>는 시사회에서3D로 관람하고 나오면서 재관람을 결심했던 영화이긴 하다. 우선 미친 듯이 재밌었고, IMAX와 4DX 등 다양한 포맷으로 상영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씨네21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매드맥스>에 대한 비평들을 읽었다. 당시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매드맥스>를 바라본 글들이 많았고, 거기에 흥미가 생겨 총 5번 영화를 재관람했다.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려고 시도한 것도 그때가처음이다. 최근 블랙&크롬 버전으로 재개봉해 다시관람할 예정이다. CG로 그려내지 않은 액션, 움직임과 사운드가만들어내는 역동성, 페미니즘 등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 구조 등 여러 시선으로 영화를볼 수 있기에 <매드맥스>는 다시 볼 때마다 새롭다.

씨네필이자 평론가이자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

 유명한씨네필이면서 영화 감독인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 중 첫 번째방법이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볼 것’이다.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본 다는 것은그 영화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사람이 한 번에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은 한계가 있고, 영화 한 편이 담고 있는 정보들을 한 번의 관람으로는 완벽하게 알아채지 못한다. 수많은 시네필들이 영화의 장면 장면을 돌려보며 배우의 작은 제스처와 카메라의 미묘한 움직임까지 다시 보는 이유는다른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알고 싶어지듯, 사랑하는 영화를 만나면 반복 관람하면서 뜯어보게 된다.

 

 트뤼포의말은 아무래도 선후가 뒤바뀐 것 같다.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이 재관람이라기보단, 영화를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재관람으로 이어진다. 영화와 사랑에빠지지 않는다면, 적어도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극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길 일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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