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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19. 2020

착실한 인용과 세대의 반영

<수퍼 소닉> 제프 파울러 2020

 대부분의 상업영화는 목적이 확실하다. MCU의 영화들은 거대한 사가를 구성하고자 하는 야망이 목적이며, 마이클 베이의 영화들은 폭발과 파편의 쾌감에 관객을 마비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수퍼 소닉>의 목적은 무엇일까? 1991년에 처음 등장한 게임 [소닉 더 헤지훅]을 영화화한 이 작품엔 별다른 야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타겟은 확실하다. <슈퍼 소닉>은 90년대~2000년대에 10대와 20대를 보냈을 이들의 추억을 적당히 건드려 흥행하는 것이다. 처음 공개된 디자인이 거센 비난을 받자 곧바로 개봉을 연기하고 원작의 모습과 유사하게 재작업한 것은 이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자신의 힘을 노리는 악당들 때문에 지구에 숨은 소닉(벤 슈와츠)은 몬타나 주의 어느 작은 마을에 머물고 있다. 10여 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 소닉은 자신도 모르게 에너지를 방출하고, 그로 인해 마을에 정전이 일어난다. 이를 테러로 오인한 정부는 로보트닉(짐 캐리)을 보내 사건을 해결하게 하지만, 그는 눈 앞에 놓인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해 소닉을 잡으려 한다. 마을의 보안관 톰(제임스 마스던)은 자신의 집에 숨어든 소닉을 발견하고, 얼떨결에 소닉의 도주를 돕게 된다. <수퍼 소닉>은 외계 생명체와 인간 사이의 우정을 다룬 여러 가족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 친구와 가족을 강조하는 미국적 가치의 스토리라인, 적을 피해 도주하면서 등장하는 일종의 로드무비적 여정, 외계 생명체가 지구 밖으로 돌아가든 지구에 남든 이들은 영원히 친구일 것이라는 다짐 등등의 요소가 영화를 채운다.

 <수퍼 소닉>이 90년대~2000년대 게임과 함께 다양한 대중문화를 접했을 당시의 10대~20대를 타겟으로 삼고 있는 것은 영화가 인용하는 수많은 대중문화 요소를 통해 알 수 있다. 1992년의 영화 <스피드>의 장면과 대사가 등장하고, <스파이더맨>의 유명한 대사가 패러디되며, 소닉처럼 빠른 스피드를 무기로 삼는 DC의 슈퍼히어로 플래시의 코믹스가 등장하고, <맨 인 블랙>의 컨셉이 인용되며, <분노의 질주> 속 장면과 주연인 빈 디젤의 이름이 등장한다. <스타 워즈>의 오비완을 인용하는 대사를 제외하면 <슈퍼 소닉>은 철저히 90년대~2000년대의 요소들을 인용한다. 소닉이 능력을 활용하는 장면이 <엑스맨> 시리즈의 퀵실버나 CW 채널의 <플래시> 드라마처럼 연출된 부분은 일종의 덤이다. 영화의 제작진은 그들이 타겟으로 삼은 관객들이 영화의 인용들을 공기처럼 무의식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는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나 <그것>과 같은 작품들이 70~80년대의 대중문화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상황이 90~2000년대의 대중문화로 넘어왔음을 반영하는 것만 같다. 작년 개봉한 <명탐정 피카츄>와 함께, <수퍼 소닉>은 그 흐름을 반영한다. 아마도 [소닉 더 헤지훅]을 즐겨했으며 그것과 동시대의 대중문화를 따라온 사람이라면, 적당한 완성도의 이 영화를 가볍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원작의 설정(에그맨과의 전투 방식이나 링을 획득할 때의 사운드 등)을 적절히 가져왔으며, 부실한 이야기는 추억에 가려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짐 캐리의 놀라운 안면근육 및 몸 연기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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