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21. 2020

59. <오, 사랑>

감독: 김응수
제작연도: 2017

 김응수는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공개한다. 물론 여러 영화제를 통해 작품을 공개하는 것은 여타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거의 모든 작품을 온라인 VOD서비스를 통해 출시하고 극장 개봉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김응수의 (현재까진) 마지막 극영화 연출작인 <찬상고원>(2006)부터 최신작 <나르시스의 죽음>(2019)에 이르는 작품들이 VOD 서비스를 통해 공개됐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그의 두 작품 <오, 사랑>과 <초현실>(2017)도 마찬가지다. 거의 동시에 제작되고 공개된 두 작품은 일종의 짝을 이룬다. <초현실>은 유가족을 다뤘고, <오, 사랑>은 참사의 희생자와 직접 연관된 이는 아니지만 사건을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다. 최근 오스카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라 주목받은 <부재의 기억>(2019)부터 김어준이 제작한 <그날, 바다>(2018) 등의 작품들이 참사 당시에 주목하는 반면, 김응수의 시선은 그 이후를 향한다. 사건은 벌어졌고, 그것은 이미 되돌릴 수 없다. 그럴 때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오, 사랑>은 그것에 대한 일종의 답변과도 같다.

 <오, 사랑> 의 주인공격인 인물 J는 어버이날의 버스에서 우연히 노란 카네이션을 달고 있는 남성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 보도로만 접했던 세월호 참사가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이후 그는 자신의 가게에 노란 리본을 붙인다. 리본을 떼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는 그것을 떼지 않았다. 김응수의 카메라는 J의 가게, 팽목항, J와 그의 아들이 찾은 추모의 숲 등을 향한다. J가 뒤늦게 감각하는 것은 저편으로 묻어뒀던 당시의 기억이다. 사건이 벌어진 그 장소에 있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그 외상은 후에 어떤 방식으로든 되돌아 올 것이었다.

 이 영화가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은 이 영화의 짝인 <초현실>이 하고 있다. <오, 사랑>은 목격한 사람의 이야기다. J는 남겨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격한 사람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감각하는 것이다. 정치는 부재하고, 진실은 발견되지 않으며, 고통은 모두가 떠안은 상황에서 목격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을 감각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사실 <오, 사랑>은 그것에 대한 답을 내놓는 대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J의 고민들을 보여줄 뿐이다. 성급하게 답을 내리는 대신 방법을 고민할 윤리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 <오, 사랑>은 그것을 시도한다.

이전 08화 58. <벗어날 수 없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