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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23. 2020

61.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원제: Ex Libris: New York Public Library
감독: 프레데릭 와이즈먼
제작연도: 2017

 프레데릭 와이즈먼은 꾸준히 어느 공간을 촬영해왔다. <티티컷 풍자극>(1967)의 정신병원부터 <라 당스>(2009)의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 <내셔널 갤러리>(2014)의 런던 내셔널 갤러리, <잭슨 하이츠에서>(2015)나 <인디애나 몬로비아>(2019)와 같은 최근작에선 특정 지역을 담아낸다. <뉴욕 라이브리에서>는 제목 그대로 뉴욕 라이브러리의 풍경을 담는다. 도서관 사서는 물론,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 도서관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한 리처드 도킨스 등의 명사, 도서관에서 열리는 각종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 등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거쳐가는 거의 모든 사람이 영화에 담긴다. 그뿐이 아니다. 맨해튼의 본관 외에 할렘 등에 위치한 분관을 담아내기도 한다. 123년의 역사, 총 92개의 분관을 지닌 거대한 도서관인만큼, 프레데릭 와이즈먼은 그것을 반영하기 위해 도서관 곳곳을 탐험한다. 

 탐험. 프레데릭 와이즈먼의 영화를 설명하는 한 단어를 꼽자면 탐험일 것이다. 그의 카메라는 정신병원, 발레단, 미술관, 대학교, 지역 공동체 등을 파고 들어가 탐험하고 관찰한다. 특히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일반적인 방문객들이 쉽게 볼 수 없는 도서관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탐험의 성격이 강하다. 와이즈먼의 카메라는 이용객들이 반납한 책을 마치 공항 수화물 분류 컨베이어 벨트처럼 분류하는 공간을 보여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와이즈먼의 카메라가 공간적 탐험에서 멈추는 것은 아니다. 그의 카메라는 도서관의 공간적 작동방식과 함께, 그 공간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담는다. 와이즈먼에게 뉴욕 라이브러리는 잭슨 하이츠나 몬로비아처럼 어떤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으며, 카메라는 그것의 역학관계를 담아낼 수 있다. 이미 <버클리에서>(2013)을 통해 버클리 대학이라는 공간을 대학의 여러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민주주의의 역학관계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담아낸 적 있는 프레데릭 와이즈먼에게, 뉴욕 라이브러리 또한 그것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인터뷰 없이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대화와 행위, 그리고 공간 자체를 담은 숏 만으로 이를 담아내는 와이즈먼의 카메라는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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