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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25. 2020

62.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

원제: Jeannette l'enfance de Jeanne d'Arc
감독: 브루노 뒤몽
출연: 리즈 르플라 프뤼돔므, 잔 보진
제작연도: 2017

 현대 프랑스 감독 중 가장 기이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브루노 뒤몽일 것이다. 데뷔작 <예수의 삶>(1997)은 프랑스 어느 시골 마을 폭주족들의 지루한 일상을 건조하면서도 염세적인 톤으로 담아낸 작품이었다. 이후 <휴머니티>(1999), <플랑드르>(2006), <하데비치>(2009) 등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고, 2014년과 2018년에 각각 낸 <릴 퀸퀸>, <꽥꽥과 잉여인간> 연작은 어느 지방 마을의 기묘한 일상을 그려내며 현대 프랑스를 풍자한다. 2017년작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은 브루노 뒤몽의 짧지 않은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강렬한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는 제목처럼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을 담아낸 작품이다. 어린 잔 다르크가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전쟁에 참여하러 떠나기까지의 기간을 다루고 있으며, 리즈 르플라 프뤼돔므가 유년기의 잔느를, 잔 보진이 10대가 되어 전쟁터로 떠나는 잔느를 연기했다. 독특한 점은 이 영화가 뮤지컬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음악에는 프랑스의 블랙 메탈, 바로크 메탈, 브레이크 코어 뮤지션 이고르(Igorrr)가 참여했다.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은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헤드뱅잉을 하는 어린 잔느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심지어 그의 헤드뱅잉에 두 명의 수녀가 가세하기도 한다.

 때문에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은 일종의 성상파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신앙에 따라, 그리고 프랑스적 가치에 따라 전쟁터로 향하길 결심하는 잔느의 고민은 메탈 음악과 헤드뱅잉 등의 몸동작을 통해 고민된다. 등장인물의 수가 많지도 않으며, 잔느가 사는 시골 마을이라는 배경은 잔느의 집을 제외하면 별다른 건물도 허용하지 않는다. 잔느는 강가와 초원에서 노래에 맞춰 헤드뱅잉하고 기도한다. 이 영화의 후속작인 <잔 다르크>(2019)가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의 걸작이자 잔 다르크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잔 다르크의 수난>(1928)처럼 다양한 효과를 배제한 채 인물의 얼굴만으로 진행되는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의 격렬한 몸짓들은 반동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성상파괴적 성격은 현대 프랑스를 지탱하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가치들을 파기하고 조롱한다. 영화의 포스터 중 하나는 어린 잔느가 사탄을 흉내내듯 손가락으로 뿔을 만들어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있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사탄에 대적하여 전쟁을 벌이고자 했던 이들은 사탄은 커녕, 그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믿음을 보여준 잔 다르크를 규율에 반했다는 이유로 화형한다. 후속작 <잔 다르크>가 믿음과 관련한 대목을 다룬다면,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은 그것에 앞선 빌드업이자, 후에 일어날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결과를 예견하며 조롱하는 과정에 가깝다. 현대 프랑스를 존재하게 하는 근본 자체를 조롱하는 시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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