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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28. 2020

70. <굿 타임>

원제: Good Times
감독: 베니 샤프디, 조쉬 샤프디
출연: 로버트 패틴슨, 베니 샤프디
제작연도: 2017

 샤프디 형제의 세 번째 장편영화 <굿 타임>은 뉴욕을 떠나기 위해 은행털이를 결심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닉과 그의 형 코니는 은행에서 돈가방을 들고 달아나지만, 은행강도를 색출하기 위해 돈가방 속에 설치된 물감 폭탄이 터지며 빨감 물감을 뒤집어 쓰게 된다. 결국 닉은 수감되고 코니는 도망친다. 코니는 닉이 다른 수감자와 싸움을 벌여 입원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입원한 동생을 몰래 빼돌리려 한다. 하지만 그가 빼돌린 사람은 닉이 아닌 닉과 닮은, 얼굴에 상처를 입은 다른 사람이었다. 코니가 얼떨결에 구한 레이는 LSD가 농축된 스프라이트 병이 누군가의 집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코니와 레이는 그것을 되찾아와 그 돈으로 닉의 보석금을 내려 한다. 이들이 병을 훔쳐 도망가려는 순간 경찰이 들이닥치고, 코니는 체포되지만 레이는 도망치다가 고층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영화는 경찰차에 붙잡힌 코니의 얼굴과 정신과 치료를 받는 닉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샤프디 형제의 영화는 어떤 공간에 붙잡힌 이들을 담는다. 그 공간은 정신병원, 감옥, 군대와 같은 물리적으로 폐쇄된 공간이 아니다. 형제의 첫 공동연출작인 <아빠의 천국>(2009)부터 <헤븐 노우즈 왓>(2014), 가장 최근작인 <언컷 젬스>(2019)까지 이들은 뉴욕이라는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담는다.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 헤로인, 돈, 그리고 다시 돈. 뉴욕은 물리적으로 열린 공간이지만 이들은 대체로 뉴욕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굿 타임>의 형제는 폐쇄된 미로 속에서 달린다. 그들은 뉴욕이 닫혀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곳에서 거의 영원히 맴돈다. 

 마지막 장면, 경찰차 뒷자석에 갇힌 코니의 얼굴 앞에는 철창이 놓여 있다. 치료를 받는 닉은 방 안의 한쪽 벽에서 반대쪽 벽으로 오가는 것을 반복한다. 뉴욕이라는 폐쇄회로에 갇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갇혀 있는 것이다. 이들의 운동은 폐쇄회로 내부에서만 벌어진다. 급격한 줌인을 통해 달리는 이들의 모습이나 코니가 놓친 LSD가 든 스프라이트 병을 촬영하는 것은 카메라 뒤에 서 있는 감독과 관객 모두를 페쇄회로의 외부자로 만듦과 동시에, 그 내부를 해부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줌으로써 폐쇄회로 속에 동참하도록 한다. 벗어나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구속 아닌 구속이라는 지점. 샤프디 형제의 필모그래피는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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