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까지 고스란히 가져온 동물버전 아메리칸 아이돌

일루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씽>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동물들이 인간 같은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설정만 보고 <주토피아>를 떠올렸다간 실망하게 될 것이다. <씽>은 단지 동물버전 ‘아메리칸 아이돌’이다. 극장을 가지는 게 꿈이었던 코알라 버스터 문(매튜 매커너히)은 아버지의 도움으로 극장을 사게 된다. 그러나 여는 공연마다 족족 실패하고, 은행에 극장을 압류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는 극장을 살리기 위해 상금1,000달러의 공개 오디션을 열기로 한다. 그러나 극장 직원 주디스(레아 펄만)의 실수로 100,000달러의상금이 걸린 오디션으로 홍보되고, 수많은 참가자들이 몰리게 된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돼지 로지타(리즈 위더스푼), 고릴라 조니(테론 에저튼), 생쥐 마이크(세스맥팔레인), 코끼리 미나(토리 켈리), 고슴도치 애쉬(스칼렛 요한슨) 등이 최종 참가자로 선정되지만, 일이 엉키면서 오디션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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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25마리의 아이들을 키우는 로지타, 갱단 두목 아버지를 둔 조니, 실연을 겪은 애쉬 등 각각의 이야기와 극장을 살리려는 버스터 문의 이야기가 뒤섞이며 진행된다. 각 캐릭터의 개성이 두루 드러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야기가 너무 많아 극의 중심이 없다는 느낌을 준다. 통일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각자의 이야기를 정신 없이 듣는 것 같았다. 영화의 전개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개에 버스터 문의 이야기를 끼얹은 형태이기 굉장히 지루하게 흘러간다. 넘쳐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대한 피로감에 <씽>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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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우연에 많이 기댄다는 것도 큰 단점이다. 주디스의 실수로 오디션 참가자들이몰리게 되는 상황부터 오디션 공연이 위기를 맞는 순간까지 등장하는 수많은 우연들이 등장한다. 이런 전개방식은 <씽>이 동물들이 노래하는 장면들을 만들고서 각 장면들을 이어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 위해 짜낸 스토리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버스터 문의 세차 장면처럼 ‘이걸 보고서도 안 웃나 두고 보자’라는 식의 개그들은 <미니언즈>식 유치함의 반복이다. 심지어 영화 속 동물들이 미니언 보다 귀엽지도 않다. 특히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감이 가득하고 ‘아메리칸 아이돌’이나‘슈퍼스타K’스타일의 오디션들이 하락세를 맞은 지금,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진부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금수저의 도움으로 등장인물의 꿈이 이루어지는 엔딩은 꿈을 노래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격과도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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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캐릭터들은 각자의 스테레오 타입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지나칠 정도로 눈에 선하기 때문에 불편한 지점들도 드러난다. 예를 들면 흑인 가정의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주는 미나의 집이라던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를 부르는 재즈 매니아이면서 꼴마초인 하얀 생쥐 마이크 등의 묘사는 인종적, 문화적 스테레오 타입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까지 이런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령 육아에 시달리는 명백히 백인 여성으로 보이는 캐릭터로지타는 레이디가가 같은 옷을 입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다. 뻔한 선곡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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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의 최대 장점은 64곡이나 되는 방대한 플레이리스트에 있다. 케이티 페리의 ‘Firework’, 샘 스미스의 ‘Stay With Me’, 존 레전드의 ‘All Of Me’, 테일러 스위프트의 ‘Shake It Off’, 프랭크 시나트라의 ‘MyWay’ 등 유명한 팝송들이 끝없이 흘러나온다. 배우들의 목소리로 팝송을 듣는 재미는 확실히보장한다. 스칼렛 요한슨, 테론 에저튼 등의 배우들이 노래를 잘 소화해낸 것은 <씽>이 연말영화로써 최소한의 역할을 해냄을 보여준다. 영화의 지루함을 음악이 달래주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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