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다

블랙&크롬 버전으로 재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조지 밀러 감독은 자신의 입으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를 즐기기 위해선 흑백으로 제작하는 것이 최고라고말했다. 영화가 개봉한지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블랙&크롬 버전’이라는이름을 달고 흑백으로 리마스터링된 <매드맥스>가블루레이 출시와 함께 재개봉했다. 국내에서 흑백 버전이 정식으로 극장 상영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으로 극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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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밀러 감독의 말대로, <매드맥스>는 흑백으로 봤을때 더 완벽하다. 흰 색의 워보이들과 먼지를 뒤집어쓴 맥스 일행이 대비되고, 괴상한 모습의 자동차들은 흑백의 화면에서 더더욱 위협적으로 보인다. 흑백의화면 속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음울한 분위기가 더욱 살아나게 된다. 임모탄 조가 시타델을 통치하는방식이 종교적 도구를 이용하는 것인데, 8기통으로 대변되는 기계에 대한 숭배가 흑백의 화면에서 시각적으로더욱 살아난다. 가령 자동차 핸들이 잔뜩 쌓여있는 성소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기도하는듯한 손동작을 하고가볍게 절을 올린 뒤 핸들을 집어 들고 전투에 참여하러 달려가는 워보이들의 모습은 흑백의 영상에서 더욱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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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액션을 추구하는 <매드맥스> 속 자동차들의 충돌과맥스, 퓨리오사, 워보이들의 몸싸움, 거대한 폭발과 서커스 같은 액션들을 보고 있으면 버스터 키튼이나 헤롤드 로이드 등의 영화가 떠오른다. 이미 컬러로 <매드맥스>를관람한 관객들에게 흑백의 영상은 관객에게 시각적 정보를 제한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뻘건 옷을 입은 기타리스트나불타오르는 화염을 흑백으로 봤을 때 강렬함이 이전만 못하다고 불평하는 평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흑백으로보는 액션은 눈을 홀리는 다른 요소들을 스크린에서 배제하고 오롯이 액션 자체에만 주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관객은 자동차가 충돌하고, 파편과 흙먼지가 공중을 가로지르던 움직임을 똑바로 바라볼 수있게 된다. 움직임을 담아내는 것이 영화의 본질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흑백 버전의 <매드맥스>는그 본질에 가장 충실한 영화 중 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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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이별로 없지만(집 근처 극장에선 4DX상영만 했다), 반드시 극장에서 관람하길 추천한다. 이미 <매드맥스>를 본 사람에겐 새로운 충격이 될 것이고, 아직 보지 못한 사람에겐 21세기 최고의 걸작을 극장에서 접할 거의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예약 주문한 블루레이가 도착하면 여러 차례 다시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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