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pr 03. 2020

<Bump!> 박세영, 이소정 2인전

 영등포 위켄드에서 진행중인 박세영과 이소정의 2인전 [Bump!]를 관람했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제에서 상영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작업 이후 뮤직비디오나 실험영화 및 비디오아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토론토에서 상영된 마이클 스노우의 신작 <Cityscape>를 관람하려다 실패하고, 대신 마이클 스노우가 작품을 촬영했던 장소를 찾아가 카메라를 든다. [Bump!]는 그렇게 제작된 2채널 비디오 작품  <I love you Micheal Snow: Cityscape by those who haven't to seen it but want to & Cityscape>를 시작으로 두 사람이 최근에 작업한 다큐멘터리와 비디오아트 작업들을 전시한다.


 전시장에선 10개의 스크린에 작품이 영사되고 있다. 가장 앞에 있는 스크린에선 <I love You Micheal Snow>가 상영되고, 왼쪽의 다섯 개 스크린에선 박세영의 작품이, 반대편에선 이소정의 작품이 영사된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2채널 작 또한 왼편 스크린에는 박세영이 촬영한 부분이, 반대편에는 이소정이 촬영한 부분이 영사된다. 두 사람은 서문에서 "스노우의 작업을 좇아가기보단 스크린에 직접 소환하는 방법을 선택한다"하고 적고 있다. 전시장에 비치된 강동호의 글에는 "스노우는 자신의 이름처럼 시간을 이리저리 굴리고 녹여서 퍼뜨리는 귀여운 사람인데 우리도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어"라는 단락이 등장한다.


 나도 두 사람처럼 <Cityscape>를 보지 못했고, 마이클 스노우의 작품은 <파장> 밖에 보지 못했다. 다만 마이클 스노우(와 그의 영화)를 스크린에 소환하고자 시도한 두 사람의 작품은 관람할 수 있다. 박세영의 작품은 거칠게 충돌하는 숏들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아니지만) 단편 극영화 <캐쉬백>에서 중고거래를 위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던 주인공은 충돌하는 장소와 분위기의 숏들 사이에서 영화의 마지막 숏으로 튕겨져나온다. 박세영의 이미지는 구글스트리트뷰를 통해 볼 수 있는 유리창으로 뒤덮인 가상의 건물 사이로 튕겨져 나오며 숏-리버스 숏의 마칠을 구현하다가 결국 스크린에도 충돌하는 붉은 빛(<Windowlicker>), 반복적으로 "Reverse Shot"을 중얼거리는 사운드와 함께 호텔이나 시청 등의 건축물 외부와 외부, 혹은 외부와 내부의 충돌(<Between hotel and city hall>), 관광명소들에서 미끄러져 나오는 초점 나간 이미지와 분별할 수 없는 관광객들의 말소리, 그리고 이들의 말을 담는 중첩된 자막의 충돌(<Murika!>)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카메라의 렌즈는 충돌의 매개체일뿐만 아니라 충돌을 일으키는 한 축으로써 존재한다. 다시말해 카메라는 숏-리버스 숏 구도에서 숏들을 생성하는 매체라기 보단 숏 가운데 '-'로 지시된다. 부드럽고 빠른 패닝으로 토론토 도심의 풍경을 잽싸게 오가는 <I love you Micheal Snow>에서 카메라는 그 축 자체다.


 이소정의 이미지는 숏-리버스 숏을 통해 충돌하기 보단 조응한다. 박세영의 이미지들이 충돌의 촉감을 제공한다면, 이소정의 이미지는 카메라 앞에 놓인 대상과 융화되는 방향의 촉감을 제공한다. 충돌되어 반대편으로 나아가는 이미지가 아닌 숏과 숏의 얽힘으로 피사체 주변을 맴도는 이미지들의 포착. 해, 물, 하늘, 돌, 갈매기, 사람 등의 등장물을 하나의 이름으로 명명하는 <Julie>나 물 속에 카메라를 집어 넣고 해초와 파도의 움직임에 렌즈를 동화시키는 촬영된 <Splash>, 빠른 속도로 아스팔트 도로 위를 지나가며 콩알처럼 자글자글한 아스팔트 와 도로 위의 신호를 보여주다 스크린의 상하로 뻗은 선들로 합쳐버리는 <Hold It!>, 등대, 손전등, 간판의 불빛, 햇빛 등의 광원을 카메라, 그리고 다시 광원이 되는 영사기의 연결시키는 <Ramantic Machine>까지, 이소정의 숏들은 숏의 구분을 불명확하게 흐리며 얽히거나, 대상(들)을 맴돌며 그것들을 엮는다. <I love you Micheal Snow>의 단절된 숏들과 숏이 넘어갈 때마다 등장하는 드럼 소리는 도시의 풍경(cityscape)를 맴돈다.


 각각 한 줄로 전시된 박세영과 이소정의 이미지들은 각자가 추구해온, 조금은 다른 촉감의 이미지들을 서로 설명한다. 이것은 <I love you Micheal Snow>로 돌아왔을 때 빠른 리듬의 음악과 함께 부드럽고 바쁘게 패닝하는 박세영의 이미지와 단출한 드럼 소리에 맞춰 전환되는 이소정의 이미지를 통해 종합된다. 여기서 박세영의 이미지는 숨가쁘게 컷을 나누는 대신 하나의 축으로 기능하는 카메라를 통해 이어지고, 이소정의 이미지는 간격을 두고 전환되는 숏들을 통해 서로 단절되 보이는 듯한 대상들을 도시의 풍경을 맴도는 이미지로 변환시킨다. 두 사람은 서문에서 [Bump!]는 이 세계의 코레오그래피를 제시한다고 썼다. 이들은 마이클 스노우가 점 찍은 좌표에서의 도시 풍경을 각기 다른 '쿵, 딱'(Bump)의 리듬으로 제시한다. 서로 다른 '쿵, 딱'의 리듬을 제시하는 두 사람의 이미지들은 전시되는 9편의 작품 중 유일하게 헤드폰 대신 스피커를 통해 사운드를 들려주는 <I love you Micheal Snow>의 '쿵, 딱' 리듬에 맞춰, 마치 드럼의 킥과 스네어가 서로 충돌하거나 얽히며 리듬을 만들어내듯, 하나의 코레오그래피를 구성한다. 때문에, 어쩌면 [Bimp!]는 작가와 관객 모두가 보지 못했을 마이클 스노우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의 리듬을 구현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속도에서 튕겨져 나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