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그린트와 론 펄먼의 스탠리 큐브릭 패러디 영화 <문워커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앞둔 1969년의 미국,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달 착륙 장면을 조작해 놓기로 한다. CIA 비밀요원 키드만(론 펄먼)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만든 스탠리 큐브릭에게 달 착륙 장면을 연출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영국으로 향한다. 시놉시스에서 부터 큐브릭에 대한 흥미가 묻어난다. <문워커스>는 큐브릭이 달 착륙 장면을 촬영했다는 음모론을 B급 코믹 어드벤쳐 영화로 발전시킨 영화이다. 하지만 큐브릭은 영화 속에서 등장하지 않는데, 우연히 키드만과 마주친 조니(루퍼트 그린트)가 돈을 위해 친구를 큐브릭으로 변장시킨 것. 결국 돈 가방을 손에 넣었다 키드만에게 들통나고 일이 꼬이기 시작하며 병맛 영화의 여정이 시작된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큐브릭 영화들에 대한 패러디가 넘쳐난다. 가령 키드만이 동네 깡패들을 패는 장면에서 <시계태엽오렌지> 속 패싸움 장면에서 등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던가, 가짜 달에 착륙한 장면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등장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흘러나오는 식. 큐브릭 영화 속 장면들과 적절히 오버랩되며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폭소로 이어진다. 게다가 조니의 헤어스타일이 <시계태엽오렌지>의 알렉스와 닮아 영화 내내 떠오르게 만든다.
감독이 저 마약들을 죄다 해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수많은 마약들이 디테일을 살려 등장한다. 대마초, 코카인은 기본이고, LSD, 환각버섯, 아편 등등 60년대에 통용된 마약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압권은 키드만이 LSD를 하고 보는 환각장면. 관객들에게 약을 하고 나면 이렇게 세상이 보인다고 간접체험 시켜주는 장면이다.
시대에 대한 유쾌한 블랙코미디가 돋보인다. 베트남에 다녀온 이후 PTSD를 앓는 키드만은 마약을 통해서만 안정을 찾을 수 있고, 히피 문화의 극단을 보여주는 조니와 그의 밴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찾아가는 사람들의 비주얼은 문화충격 수준이다. 이상하게 완성되어져 버린 달 착륙 푸티지를 보는 CIA 상관의 당황한 모습이 가관이고, 영국의 갱과 CIA요원들의 총격전은 냉전의 총부리가 적을 향해 제대로 향해있긴 한 것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런 것들이 유쾌하게 영화 속에 스며들어 있다.
론 펄먼은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신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거대한 체구와 묵직한 얼굴이 가지는 위압감이 키드만이라는 캐릭터와 맞아떨어진다. <해리포터>의 론 위즐리가 아닌 루퍼트 그린트는 처음 봤다. 론 위즐리가 생각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세 명의 주연 중 가장 적은 작품을 한 배우가 루퍼트 그린트일텐데, 이번 영화로 론 위즐리라는 역할에서 완전히 벗어낫다.
다소 막나가는 전개에 호불호가 갈릴 영화지만, 막나가는 정신이 어울리는 영화가 있다. <문워커스>가 바로 그런 영화이다. 정신 사나운 오프닝에서부터 <문워커스>가 왜 작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이었는지 증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