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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ug 01. 2020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2020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려 하자 트럼프가 간접흡연이 싫다며 똥방귀 뀌는 영화. 유튜브 리뷰 영상 제목 같은 문장이지만 <강철비2: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벌어진 쿠데타로 인해 북 위원장이 남한에 내려오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전작처럼, 이번 영화 또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에 대한 판타지를 마구 쏟아낸다. 북한의 호위총국장(곽도원)이 중국의 돈을 받은 일본 막후 세력의 돈을 받아 쿠데타를 일으키고, 때마침 정상회담 중이던 남한 대통령(정우성), 북 위원장(유연석),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은 북한의 핵 잠수함 속 비좁은 함장실에 갇히게 된다. 남한,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상황은 TV의 풍자 코미디극 스케치처럼 펼쳐진다. 여기서 3국의 정상은 당연하게도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와 유사한 인물로 그려진다. 남한 대통령의 옷차림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의 옷차림과 똑같고, 북 위원장의 헤어스타일과 걸음걸이는 김정은과 유사하며, 미국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Make America Great Again!”과 “팍스 아메리카나”를 외치며 햄버거를 집어먹는다. 굳이 정치뉴스를 꾸준히 지켜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수준으로 3국 국가원수의 모습과 행동이 묘사된다. 

 <강철비2>는 이를 통해 풍자와 프로파간다 사이를 오간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공모한 ‘카케무샤 작전’은 3국 정상을 한 자리에 가두기 위한 세팅에 불과하다. 중국이 일본 막후 세력에게 10억 달러를 건네고, 그 세력이 북한 호위총국장에게 5억 달러를 건네 쿠데타를 사주했다는 사실관계 또한 언뜻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결국 북한 핵 잠수함을 독도 앞바다로 보내기 위한 세팅일 뿐이다. 정상회담, 비핵화, 독도 전쟁, 미중 무역전쟁, 핵 잠수함, ICBM 미사일 등 복잡다단하고 민감한 소재들이 쏟아지지만 남은 것은 이 글의 첫 문장과 같은 상황뿐이다. 전작이 북한의 쿠데타라는 사태를 한 명의 북한군과 한 명의 국정원 직원을 통해 시뮬레이션해보는 시도였다면, <강철비2>는 “3국 정상을 한 공간에 모은다”라는 원초적인 설정 밖에 남지 않는다. 때문에 종종 100억 원 규모의 영화라기보단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 SNL 코미디 스케치처럼 느껴진다. 영화에서 묘사되었어야 할 국가 사이의 긴장감은 북 위원장이 구글링을 통해 백악관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다는 사실이나, 남한 대통령의 말을 북 위원장이 통역해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해괴한 상황을 통해서가 전달되지 않는다. 도리어 영화가 강조해 보여주려던 상황은 어설픈 풍자극의 영역으로 전락하고 북한 해군이 남한 해군의 주파수를 외우고 있다는 등의 스쳐가는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영화는 러닝타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3국 정상의 대화에서 <크림슨 타이드>를 연상시키는 일본 자위대와의 잠수함 전투로, 그리고 독도 문제와 통일 문제에 대한 프로파간다로 이어지는 후반부로 향한다. 각각의 지점이 서사적으로 연결이 되느냐를 떠나, 3국 정상의 특징을 강조해 풍자하는 파트에서 독도를 경유해 남북통일의 당위를 역설하는 프로파간다로 이어지는 것 사이에는 이음매라고 할 것이 없다. 잠수함 부함장(신정근)과 남한 대통령이 주도하는 잠수함 전투 시퀀스는 “생각보단 잘 만들었지만 앞서 있는 영화들에 비해선 아쉽다”라는 말 이외에는 크게 이야기할만한 소재도 되지 못한다. 도리어 남한 대통령과 부함장 사이의 돈독한 관계를 조성하고, 일본이라는 공동의 적과 맞서 싸우며 통일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향할 뿐이다. 상황의 극단성은 호위총국장이 러닝타임 내내 염원하던 핵 미사일 발사로 인한 것보다 더욱 휑한 폐허만 남긴 코미디로 희석된다. 이 영화의 대담한 부분은 3국 정상을 거의 그대로 따온 캐릭터를 한 자리에 가둔 것뿐, 상황에 대한 상상력은 도리어 김진명의 가장 어처구니없는 소설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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