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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Aug 14. 2020

<오케이 마담> 이철하 2019

 시장에서 꽈배기 맛집을 운영하는 미영(엄정화)과 컴퓨터 수리 업체를 운영하는 석환(박성웅)은 딸 나리(정수빈)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미영이 하와이 가족여행 상품권에 당첨된다. 집안 사정이 썩 좋지 못한 미영은 상품권을 팔까 고민했지만,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하와이행을 택한다. 그렇게 비행기에 오른 미영의 가족, 하지만 철승(이상윤)이 이끄는 북한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하이재킹 한다. 미영은 얼떨결에 위험에 처한 비행기를 구할 유일한 인물이 된다. <폐가>와 <날, 보러와요> 등의 영화는 물론 웹드라마 <먹는 존재>나 여러 편의 CF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이철하 감독의 신작 <오케이 마담>은 황당무계한 설정을 밀어붙이는 영화다. 즉, 이 영화는 소위 ‘명절영화’라 불리는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 설정은 가볍고,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가 이어지고, 적당한 수위의 액션과 스케일이 등장한다. 

 영화는 어처구니없는 반전과 캐릭터 설정을 뻔뻔하게 밀고 나간다. ‘억척스러운 아줌마’ 캐릭터인 미영과 ‘바보스러운 개’같은 느낌의 철딱서니 없는 석환은 엄정화와 박성웅의 과장된 연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두 배우의 연기가 잘못되었다기보단, 세련되지 못한 중년 캐릭터들을 묘사함에 있어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비행기에서 제공되는 간식과 음료에 돈을 내려는 미영의 모습이라던가, 울먹이며 미영에게 안기는 석환의 모습 등은 이들의 성격을 확실히 보여주지만 동시에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두 주인공 외에도 테러리스트 철승을 비롯해 승무원 현진(배정남)이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승객(이선빈), 국회의원, 재벌가 시어머니와 머느리, 영화감독 등의 캐릭터가 영화를 채우고 있다. 각기 다른 이유로 하와이행 비행기에 오른 이들의 모습은 (과거의 정체가 드러난 이후에도) 다소 평면적인 미영과 석환의 캐릭터를 보충한다. 다시 말해, <오케이 마담>은 다면적인 주인공과 평면적인 조연, 단역 캐릭터들로 구성된 영화라기보단, 평면적인 캐릭터들을 모아 영화를 다면적으로 만들려고 시도한 것에 가깝다.

 중요한 것 그것이 성공했느냐는 점이다. 아무래도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에서 빌려온 캐릭터들이 100분 동안 유사한 대사와 행동을 반복해서 관람하는 것은 지겹다. 예능을 통해 구축된 이미지를 러닝타임 내내 반복하는 배정남이나, <부산행>의 김의성 캐릭터와 같은 말을 반복하기만 하는 김병옥의 국회의원 캐릭터, 원정출산을 위해 비행기에 탄 시어머니와 며느리 같은 캐릭터는 이미 너무 많이 본 인물들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도떼기시장’ 같다. 사실 이러한 지점들은 영화의 제목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라 생각한다. 양자경의 데뷔작인 <예스 마담>의 영향이 명확한 영화의 제목은 가벼운 액션 코미디라는 영화의 장르를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상기시킨다. 다시 말해 <오케이 마담>은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기에 딱 적절한, 수많은 홍콩 영화들이 해왔던 역할을 스스로 맡으려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영화는 목적을 달성한다. 미영의 과거가 드러난 이후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들은 (당연히 <예스 마담>에 비할 것은 못되지만) 놀랍지는 않지만 충분히 즐겁다. 아니, 엄정화가 그것을 소화한다는 점에서 놀랍고 즐겁다. 때문에 올해 여름 텐트폴 영화인 <반도>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비장한 슬로모션보다 <오케이 마담>의 액션이 더욱 즐겁다. 심지어 몇몇 액션은 액션영화를 표방한 두 영화보다 괜찮다. 또한 SNL 같은 <강철비2: 정상회담>의 고루한 풍자극보다 <오케이 마담>의 도떼기시장이 주는 익숙함이 조금 더 즐겁다. 진지함과 비장함으로 무장한 영화들 사이에서, 도리어 가장 개성적인 영화는 <오케이 마담>이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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