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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Sep 02. 2020

2020-09-02

https://youtu.be/bO8hS_W3BPEhttps://youtu.be/bO8hS_W3BPE

1. 어제 방탄소년단의 신곡 'Dynamite'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묘한 어색함(?) 언캐니함(?)이 들었다. 단순히 멤버들을 도자기인형마냥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 놓은 조명과 색보정, 필터 때문은 아니다.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라는 일종의 숙원사업을 이루어낸 이번 노래는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 노래다. 다시말해, 대놓고 빌보드, 북미 시장, 더 나아가 세계 시장을 노린 곡이다. 뮤직비디오에는 미국적임이 가득하다. 정국이 홀로 노래하는 방은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기묘한 이야기> 등에서 미국의 너드, 오타쿠들이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는 다락방처럼 생겼다. 비틀즈나 AC/DC 등의 포스터가 붙어 있는 이 방에서 가장 기묘한 풍경은 나란히 붙어 있는 <터미네이터2>의 포스터와 데이빗 보위의 포스터다. 어딘가 이질적인, 일관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 풍경. 이 뮤직비디오는 그러한 풍경의 연속이다. 철지난 서브컬처와 우상(Idol)로 가득한 방은 이들이 향하고 싶은 장소로 이어지는데, 그것은 당연히 미국이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미국에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뮤직비디오는 도넛샵, 야자수가 심겨져 있는 농구장, 'DISCO'라는 간판이 붙은 어느 가게의 주차장 같은 풍경 앞에서 춤을 춘다. 물론, 이들이 실제로 춤을 춘 공간은 몇몇의 실내 세트와 블루/그린스크린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BFkh9SgyAMs) 방탄소년단의 직전 활동곡인 'On'의 뮤직비디오가 LA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Dynamite' 뮤직비디오의 티나는 CG는 물리적 이동이 불가능해진 지금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브루클린 브릿지나 타임스퀘어 같은 뉴욕의 명소 앞에서 춤추던 이번 MTV VMA 공연은 이러한 어색함, 언캐니함이 극대화되어 있다. 사전녹화를 통해 나뉘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번 무대에서 이들이 라이브를 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멤버들이 차고 있는 무선 마이크뿐이다. 멤버들 뒤에 위치한 거대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린스크린을 통해 합성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뉴욕의 명소 이미지들은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흑백으로 전환되며 문 처럼 열리고, 63빌딩이 보이는 한강의 야경과 불꽃놀이의 풍경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뉴욕에도 한강에도 없고, 어딘가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춤추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들이 등장했어야 할 VMA 시상식에서 이들이 선보인 조악한 뉴욕-서울의 풍경은 물리적 이동과 연결이 불가능해진 시기에 어떻게든 세계화를 유지하려는 발버둥처럼 느껴진다. 뉴욕의 어느 고층빌딩 옥상에 무대를 설치하고, 드론을 통해 뉴욕의 진짜 야경을 선보이며 허드슨 강 위에 화려한 진짜 불꽃놀이를 수놓은 위켄드의 무대를 이어서 보고 있자니, 어색함이 배가된다.

2.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와 무대가 갈 수 없는 공간에 대한 것이라면, 블랙핑크의 'Ice Cream' 뮤직비디오는 만날 수 없는 것에 대한 영상이다. 이 뮤직비디오에는 피쳐링으로 참여한 셀레나 고메즈가 등장한다. 하지만 블랙핑크 멤버들과 셀레나 고메즈가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진 못한다. 물론 방탄소년단의 'Idol' 리믹스 버전 뮤직비디오에서 방탄소년단과 니키 미나즈가 물리적으로 만나지 못한 것처럼, 스케줄이나 자본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팬데믹 이전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에 있는 셀레나 고메즈와 한국에 있는 블랙핑크가 만나지 못한 이유는 자명하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블랙핑크는 레이디가 가가 선보인 VMA의 다채로운 공연의 한 꼭지를 차지했을 것이다. 아니면 두아 리파와 함께 어딘가의 무대에 섰겠지. 지드래곤이 미시 엘리엇과 한 무대에 서거나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할시가 출연하거나 웬디와 존 레전드가 한 공간에서 노래하는 뮤직비디오는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정말 불가능한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쿠키영상은 캡틴 마블과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의 첫대면이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브리 라슨과 다른 배우들은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있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브리 라슨은 그린 스크린 앞에서 동료 배우들이 서 있을 자리를 상상해가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안 맥켈런이 <호빗> 촬영 현장에서 호빗을 연기하는 다른 배우들과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못한 채 그린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것에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한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물리적으로 함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오래된 사실이다.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 뿐이다. 셀레나 고메즈와 블랙핑크는 그린스크린 대신 각기 다른 세트장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고, 영상통화를 통해서야 이들은 만날 수 있었다.(https://youtu.be/bO8hS_W3BPE) YG가 돈이 없어서 디지털 합성 드을 통해 이들을 한 프레임 속에 위치시키는 방식을 택하지 않은 건 아닐 것이다. 물론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뮤직비디오를 보다 만나지 못함이라는 상횡이 새삼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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