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의 빈 공간은 팬에게 남겨주길

스타워즈의 첫 스핀오프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첫 공식적인 스핀오프 시리즈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사이의 이야기로, 4편에서 R2D2 속에 레아 공주(캐리 피셔)가 숨겨 둔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훔친 연합군의 부대, 로그 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본래 제국군의 과학자였던 겔런 어소(매즈 미켈슨)는 그곳에 반감을 느끼고 어느 행성에 잠적해 아내와 딸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와 함께 지낸다. 그러던 중 제국군의 크레닉(벤 멘델슨)이 찾아와 그를 데려가고, 진은 도망쳐 겔런의 동료이자 반군인 쏘우 게레라(포레스트 휘태커)의 손에 자라게 된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겔런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반군으로 전향한 파일럿 보디(리즈 아메드)의 이야기를 듣고 연합군은 안도르(디에고 루나)에게 진을 찾아 함께 겔런의 메시지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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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역대 스타워즈 중 가장 무거운 이야기가 아닐까. 단지 제국군과 연합군의 싸움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연합군을 위해 암살을 비롯한 각종 공작을 해야 하는 말단 병사들의 이야기, 연합군 의회와 급진적 반군 쏘우 게레라의 대립, 제국군의 대량살상 무기 데스 스타를 제작하면서 그들을 몰래 배신하는 겔런의 이야기 등 전편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좀 더 복잡하고 무게감 있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물론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메인 스토리는 데스 스타의 설계도를 훔치는 진 어소의 여정이기에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 많은 비중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괜찮은 서브플롯으로 영화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팬서비스는 확실한 영화다. 다스베이더(제임스 얼 존스), 레아 공주, R2D2, C-3PO 등 오리지널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카메오로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특히 레아 공주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그랬듯 CG의 힘을 빌려 1977년 당시 캐리 피셔의 모습을 스크린에 재현된다. 짧은 등장이지만, <새로운 희망>과의 강력한 연결고리는 단박에 관객들의 추억을 불러온다. 데스 스타의 거대한 위용과 CG를 통해 생생하게 구현된 위력은 재난영화에 버금가는 스케일을 보여준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질감을 살린 디스트로이어와 엑스 윙 등의 결투는 반드시 아이맥스로 봐야 할 장관이다. 후반부 AT-AT의 등장은 끝내주는 풍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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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전작의 주인공들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스타워즈의 주인공 진 어소나 안도르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크게 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특히 안도르 캐릭터의 신경질적인 초반부와 헌신적인 후반부 사이의 간극을 간단한 각성 과정을 통해 메우고 있다. 전형적이면서도 대사 몇 줄로 설명을 끝내 버리는 전개는 아쉬움을 남긴다. 쏘우 게레라나 겔런 어소, 치루트임웨(견자단) 등의 캐릭터는 마블 영화의 조연들처럼 소모적으로 이용되고 퇴장한다. 스타워즈 역시 마블처럼 여러 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형태를 띠기 때문일까, 이야기를 위해 캐릭터를 배치하고, 캐릭터 자체에 매력을 개발하기보단 배우의 매력에만 기대고 있다. 물론 배우의 매력이 캐릭터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인 것은 맞다. 하지만 쏘우나 안도르처럼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캐릭터에게 루크, 한 솔로, 레아, 츄바카 등 오리지널 캐릭터들이나 레이, 핀 등 <스타워즈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 속 캐릭터들이 보여준 매력을 찾기는 힘들다. 솔직히,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안드로이드인 K-2SO(알란 터딕)이었다.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의 모험과 성장을 지켜보는 것인데, <로그 원>에는 그런 지점들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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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지아치노가 맡은 음악은 아쉽게도 영화 중간중간에 힘이 빠지게 만든다.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테마들을 조금씩 편곡해서 사용하는데, 주요 테마들의 편곡이 소극적으로 느껴졌다. 상징적인 자막이 없는 것도 큰 이유지만, 오프닝의 테마는 이전 7편의 영화들처럼 두근거리는 시작을 제공하지 못한다. 다스베이더가 첫 등장할 때 편곡되어 흘러나오는 다스베이더의 테마는 위대한 캐릭터의 재등장에 맞지 않게 소극적이다. 오히려 본래의 테마를 공격적으로 이용하거나, 스핀오프 시리즈인 만큼 새로운 음악들로 채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엔드 크레디트에서 본래의 스타워즈 테마가 흘러나오자 속이 다 시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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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원>은 스타워즈 시네마틱 유니버스 확장의 첫걸음이다. 그렇기에 가진 장점과 단점이 두드러진다. 팬서비스는 확실하지만, 불안 정하 고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은 <로그 원>이 굳이 스타워즈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스타워즈 팬덤의 요구에 맞춰 안전하게 만들어내는 영화는 <깨어난 포스> 한 편만으로도 족하다. 스핀오프 시리즈가 재능 있는 감독들에게 맡겨진 만큼 개성 있는 영화로 탄생하길 바랬던 것은 너무 큰 바람이었을까? 이제는 너무 거대해진 시리즈의 빈 공간을 굳이 채우려다 보니 나타나는 한계가 아닌가 한다. 비단 스타워즈뿐만 아니라 마블, DC 등의 거대한 프랜차이즈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시리즈의 빈 공간은 팬 들이 메울 수 있도록 남겨줬으면 한다.


p.s. - 영화 보고 나오자마자 본 첫 뉴스가 캐리 피셔의 부고였다. May the force be with her. 2016년은 대중문화 팬들에게 너무 가혹한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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