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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Nov 10. 2020

2020-11-10


1. 주말에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 다녀왔다. 목적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친 차이밍량의 <데이즈>를 보는 것이었지만, 사실 영화보다 이번 영화제를 끝으로 휴관이 예정된 CGV 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를 둘러보는 것에 더 마음이 갔다. 2018년 11월 CGV 아트하우스의 네 번째 헌정관인 '김기영관'이 오픈한지 만 2년 만의 일이다. 집에서 꽤 가까운 위치에 있음에도 그리 자주 찾지는 않았던 곳이지만, 프라이드영화제를 비롯한 몇몇 영화제와 CGV 아트하우스의 여러 기획전이 열리던 곳이기 때문에 CGV의 다른 아트하우스 상영관보다 많이 찾았던 곳이다. 어쨌든 멀티플렉스 상영관이고, 다른 CGV에 비해 불편한 좌석과 상영환경 때문에 그리 좋아하진 않던 곳이기에, 별 다른 추억은 없다. 그럼에도 올해 5개 상영관 전체를 아트하우스관으로 변경하고, 서울 안에서 가장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던 곳 중 한곳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슬프다. 상상마당시네마를 비롯한 독립영화관들이 장기간 휴관하거나 존폐위기에 놓임과 동시에 멀티플렉스에서조차 상영관을 축소하는 상황에, 독립/예술영화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는 것일까? 


2. 차이밍량의 <데이즈>는 정말 별로였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 20여년 전에 해냈고 그의 최근 단편들(<블루>, <October Rumble>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류의 작업을 차이밍량이 이제서야 힘겹게 해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번 영화 역시 2012년 시작된 '행자'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다만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이 영화를 들여다 본다 해도, 무엇을 더 읽어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강생의 늙은 육체와 어느 젊은 남성의 젊은 육체의 교차? 차라리 CG를 동원한 <아이리시맨>의 뻘짓이 더 흥미롭다. 이강생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회환과 치유의 정서를 이야기하기엔, 아핏차퐁의 <블루> 속 불타는 장막과 이불을 안고 누워 있던 여성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사실 그보단 <안녕, 용문객잔>의 탁월함이나 <구멍>의 절박함이 먼저 떠오르기도 하지만.


3. 영상자료원의 '사사로운 리스트'가 공개되니 벌써 또 한 해가 다 갔구나 싶다. 이스트우드의 <리처드 쥬얼>을 뽑은 이가 김영진 평론가 뿐이라는 사실이 어딘가 아쉽고(정성일 허문영 남다은 등이 이번 리스트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겠지만), <퍼스트 카우>와 <스파이의 아내>를 연말 상영 때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괜히 들뜨기도 한다. 여튼 대충 내 사사로운 리스트를 뽑아보자면


<스파이의 아내> 구로사와 기요시

<퍼스트 카우> 켈리 라이카트

<내언니전지현과 나> 박윤진 *영화제 버전

<윌콕스> 드니 코테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 정여름

<콘라드바이트> 마크 라파포트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레이와 시대의 반란> 하라 카즈오

<허니랜드> 타마라 코테브스카, 루보미르 스테파노브

<여름날> 오정석

+

<그녀를 지우는 시간> 홍성윤

<갓스피드> 박세영

<반쪽의 이야기> 앨리스 우

<리처드 쥬얼> 클린트 이스트우드

<사마에게>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작은 빛> 조민재


역시 10 편만 꼽는 건 겁나게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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