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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2. 2021

2021-01-11

1. 얼마 전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어떤 제안을 받았다. 새로 런칭하는 영화 관련 서비스 내의 매거진에 내가 브런치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실을 수 있겠냐는 제안이었다. 글을 올리는 댓가는 '크리에이터 마크'와 '영향력'이었다. 이 제안을 받기 전에도 (나에게 온 것은 아니지만) '영화비평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모 사이트에서 영화 리뷰/비평을 올리는 지인들에게 비슷한 메일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은 블로그나 브런치 등지에 올라오는 영화 리뷰/비평을 자신들의 커뮤니티에도 업로드해주길 요청하고 있었다. 후자는 '커뮤니티'가 개설되었음을 알린다는 명목이 있지만, 전자는 어떤 사업에 함께하길 제안하면서 그저 허울뿐인 댓가만을 요청한다. 영화를 보고 머리를 굴리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댓가는 '영향력' 같은 것 뿐이다. 게다가 신생 서비스면서 자신들이 어떤 영향력을 얼마나 갖추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영향력을 제공한다고 제안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그들이 말하는 '크리에이터'나 '영화 전문 인플루언서'는 신생 플랫폼이 그렇게 지칭한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들의 서비스를 통해 개인의 블로그/브런치 등에 유입효과가 발생한다는 등의 설명은 솔직히 기가 찬 정도다. 똑같은 글이 그들의 서비스에 등록되어 있다면 이용자들이 굳이 링크를 타고 개인 채널로 유입되어 오겠는가? 게다가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는 제대로된 수익모델이 없다. 네이버의 경우 파워링크 등을 통해 광고수익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것은 터무니없이 적다. 1년에 1만원 내외의 수익이 겨우 들어오는 것을 수익창출이라고 부를 수 없지 않는가. 플랫폼 측의 설명대로 그들의 서비스를 통해 개인채널로 유입이 발생해 수익이 창출된다면, 조회수가 만 단위로 널뛰기 해야 그나마 수익다운 수익이 만들어질텐데, 그것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사실상 공짜로 블로거들의 글을 사용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별다른 설명 없이 '기자단 활동'이라고만 명시되어 있는 혜택 또한 마찬가지다.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기자단'이라는 이름만 붙여 놓는다면 무슨 활동과 영향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시사회가 연기/취소/온라인 대체되는 와중에? 불확실한 '영향력'을 댓가로 삼은 콘텐츠의 거래를 제안하는 것 자체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지? 이번 제안 이전에도 몇 군데에서 '자유기고' 형태로 글을 올리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지만, 99%는 원고료는 물론 '영향력' 같은 얼핏 달콤해보이는 열정페이의 대체어 같은 말조차 없었다. 핑계는 다양하다. 함께 성장하자, 영향력을 공유하자, 자유기고니까 고료는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 등등... 변변찮은 직함도 없는 상황에서 원고료를 요구하는 게 이상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글 한편에 몇십만원을 요구하려는 것도 아니다. 자유기고의 형태로 격주 글 발행을 요청했던 곳에 단돈 만원이라도 좋으니 성의차원에서라도 원고료로를 지급하면 안 되겠냐, 영화 티켓값이라도 받아야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더니 거절당했던 기억이 난다. 


2. 사실 이전에 고료 없이 '영향력'을 댓가로 ㅍㅍㅅㅅ의 제안을 받아들인 적이 있었다. ㅍㅍㅅㅅ는 여러 SNS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팔로워도 상당하기에 영향력을 나눠받을 수 있다는 나름의 계산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해당 사이트에 글을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트 측의 에디터가 나의 블로그/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큐레이팅하여 업로드하는 방식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 개인 채널로의 유입효과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몇몇 글은 내가 원하는 반응을 얻었지만 많은 반응을 얻어낸 글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만을 얻었을 뿐이다. 가령 <킹스맨: 골든서클>의 리뷰는 100여개의 댓글로 욕을 먹었다. 욕 말고는 얻은 게 없다. 영향력? 그 글을 욕한 사람들은 내 이름을 모른다. 이런 사정은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모바일로 네이버를 접속했을 때 '영화판'을 볼 수 있다. 영화판에 올라오는 글은 뉴스기사나 씨네플레이나 싱글리스트 등의 공식 블로그/포스트 등에 올라고는 글이다. 그러한 글 사이에 종종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 등록된다. 그것도 제목이 바뀐 채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관심작들을 정리해 블로그에 올렸었다. 네이버는 그 글을 "선택장애를 가진 당신에게 추천하는~" 식의 제목으로 바꾸어 영화판에 노출시켰고, 나는 댓글로 욕을 먹었다. 그 댓가로 얻은 것은 몇천의 조회수이지만, 이는 실질적인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네이버 파워링크/애드포스트는 블로그 방문자가 광고를 클릭해야 수익이 돌아온다. 내가 붙이지도 않은 낚시성 제목에 낚여 들어온 이들이 블로그에 붙은 광고를 누를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차라리 쿠팡 파트너스를 등록해 맥북이나 아이패드 같은 비싼 상품의 링크를 마구잡이로 블로그에 올린 뒤 아무나 한 명만 걸리라고 기도하는 편이 더 나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방식의 메인화면 노출은 개인 채널의 단기적인 조회수 상승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장기적인 도움은 되지 못한다. 도리어 욕이나 잔뜩 처먹는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대한 불평불만"이라는 글은 네이버 메인에 노출됐었고, 400여개의 욕 댓글이 달렸다. 그들이 말하는 수익은? 치킨 한마리 값도 못 벌었다. 브런치도 마찬가지다. <너의 이름은.>이 개봉하기 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고 리뷰를 올렸다. 스포일러는 없었다. 그런데 몇몇 이들이 댓글로 스포일러라며 욕을 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한 뒤에 스포일러가 아니었음을 시인하며 사과한 사람도 있었다. 브런치의 모회사가 카카오이기에, 브런치를 통한 파급력은 상당하다. 브런치에 등록된 영화글들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모를 선별과정을 거쳐 카카오톡 영화 탭에 등록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카카오톡에 업데이트 된 이후로는 사라진듯하지만, 2020년의 어느 시점까지는 남아있었음을 확인했었다. 거의 모든 한국인이 사용하는 앱이기에 영향력 자체는 상당하다. 아무리 네이버 영화판에 노출된다 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조회수가 가능하다. 그러한 방식으로 노출된 내 브런치 콘텐츠 중 넷은 조회수 10만을 넘겼고,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은 31만이다. 하지만 브런치엔 이용자를 위한 수익모델이 없다. 여기엔 아무런 광고를 실을 수 없다. 영향력과 같은 추상화된 가치를 얻는 것은 내가 아니라 브런치다. 


3. 결국 신생이든 대기업이든, 영화 '글'을 얻어내려는 대부분의 플랫폼은 아무런 댓가를 제공하지 않는다. 영향력이라는 추상적인 댓가만을 제공할 뿐이다. 이것이 조회수가 수익 등의 이익으로 환산되지 않고 기껏해야 시사회 초대나 예매권 정도인 블로그/브런치라는 플랫폼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영화 블로거들이 영화 표값도 벌지 못한 채 그들의 글은 플랫폼의 영향력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게다가 재수없는 경우 영화사의 요청으로 열심히 써둔 글이 블라인드 처리 되기도 한다. 영화 시사회에 다녀온 뒤 적은 스포일러 없는 리뷰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신고당한다면 30일 동안 글이 노출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구린 영화를 구리다 하면 블라인드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주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1년에 한 차례 정도씩은 겪다보니 가끔씩 어처구니가 없다. 플랫폼에 문제해결을 요청해도 블라인드는 정해진 기간 동안 유지될 뿐이다. 사실 블로그든 브런치든 개인적 기록의 공간으로 시작했다. 애초에 댓가를 바라고 쓰는 글들은 아니란 이야기다. 하지만 플랫폼 제공자들은 허울 좋은 소리들로 어떤 댓가를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말하며 공짜로 생산된 콘텐츠들을 손에 넣는다. 그럴거면 예의라도 갖추었으면 좋겠다. 예산이 없으면 호의라도 보였음 좋겠다. 아무것도 없으면서 허울 좋은 제안만 남발하는 것은 무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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