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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18. 2021

2020-02-17

1. 클럽하우스를 시작한 지 10일 정도 되었다. 새로 등장한 SNS를 이렇게 '얼리어답터'처럼 빠르게 시작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데(틱톡이나 스냅챗은 거의 써보질 않았다),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잠드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어떤 명확한 주제나 전문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벼운 토론을 관전하거나 이런저런 잡담을 편하게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중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럽하우스는 확실히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는 다르다. 타임라인이 남지 않고, 내가 만들었던 방을 폭파시키면 따로 캡쳐를 하지 않는 이상 그 기록도 남지 않는다. 또한 소위 '선생님'들만이 남은 페이스북, 광고와 인플루언서로 도배된 인스타그램, 타 SNS에 비해 비교적 평등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팔로워 수와 리트윗 수 등의 기능을 통해 모종의 위계가 발생한다. 물론 클럽하우스에도 어떤 위계는 존재한다. 우선 앱 디자인 상으로 위에 있는 모더레이터/스피커와 아래에 있는 리스너, 연예인이나 기존의 인플루언서들에게 주어지는 더 많은 발언권 등을 꼽아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러한 유명인들과 시각적으로 동일선상 위에 놓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거나, 우연찮게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등은 기존 SNS와는 조금 더 평등한 인터페이스처럼 다가온다.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스피커 안에서도 모더레이터(상대방을 강퇴/뮤트시킬 수 있음)와 그냥 스피커 사이의 위계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반복적이거나 어떤 패턴이 있는 트롤링, 혹은 팔로워 수라던가 클럽하우스 외부의 권위로 위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아직 초기라 다들 목소리를 덜 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이나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던 몇몇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거웠다. 


2. 클럽하우스가 한국에서 갑자기 붐이 일은 게 2월 4~5일 즈음인데, 그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팟빵에선 구독형 팟캐스트 서비스인 '팟빵 매거진'을 내놓았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고 김어준의 '월말 김어준'을 들을 수 있고, 앞으로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조용한 생활'이 추가될 예정이다. 김어준과 김혜리의 이름이 이렇게 붙어 있는걸 보내 국내 팟캐스트 소비자의 양분된 취향이 보이는 것만 같다. 클럽하우스의 등장 이후에 라디오나 팟캐스트 같은 올드 미디어(아니 근데 팟캐스트가 벌써 올드 미디어인가?)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클럽하우스 방이 종종 생기는 게 어딘가 웃기다. 팟캐스트가 등장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라디오는 남아있다. 다만 팟빵의 구독형 서비스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3. 작년 내내 주구장창 게임과 영화를 엮는 글을 찔끔찔끔 썼는데, 그것들을 어떻게든 엮어서 학부 졸업논문을 써보려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다. 그러던 중에 빌 비올라가 제작에 참여한 PS4 게임인 <밤의 여행>(The Night Journey)가 북미지역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 있다고 해서 해보았다. 실험 내지는 아방가르드 장르로 분류되는 게임이다보니 두드러지는 내러티브나 재미요소는 없다. 16:9  화면비의 흐릿한 흑백 공간을 돌아다니며, X버튼을 누르면 공간을 옮겨다닐 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등장하는 영상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X버튼을 눌렀을 때 등장하는 영상들의 집합이 컷씬으로 등장한다. 그 이후에 다시 또 공간을 돌아다니다 X버튼을 둘러 새로운 영상을 발견하는 것의 반복이다.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PS로 발매된 여느 게임들처럼 트로피가 있다는 점이다. 공간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오브젝트들을 발견하면 트로피가 추가된다. 목록을 보면 지역 밖으로 나갔을 때 얻는 트로피가 있는데, 아마 이것이 게임의 엔딩이지 않을까? 사실 트로피나 도전과제 같은 게 있는 게임일거라 상상도 못했는데, 이러한 방식을 통해 게임의 진행을 유출하고 있다는 게 묘하게 흥미로웠다. 게임 자체가 보여주는 (비슷한 이름의 게임인 <저니>가 슬쩍 떠오르는) 존재론적 고찰 등은 크게 흥미롭게 다가오진 않았다. 


4. 실내 클라이밍을 처음 해봤다. 오랫만에 즐거운 운동을 하니 몸이 더 쌩쌩해진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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