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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03. 2021

2021-03-03

1.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제3회 독립영화비평상 문서비평 부문에 당선됐다. 작년 초 마감이었던 2회 비평상부터, 씨네21,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등등의 영화비평 공모에 꾸준히 글을 냈었는데, 막상 당선되고 나니 어딘가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다. 당선소식을 알게 된 것은 저번주 화요일인데, 오전 9시 수강신청을 위해 일어나 무의식적으로 메일함을 열었다가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괜히 호들갑을 떨다가 수강신청이 망해버렸지만... 어쨌든 추가 수강신청에 성공해 개강까지 했으니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 오늘에야 한독협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당선자 발표가 있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아래는 심사평. 당선작 전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볼 수 있으며, 추후 웹진 리버스에도 게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박동수의 장평 「‘자동 로그인’된 영화 -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과 <내 언니 전지현과 나>」는 현실의 지리학 너머 ‘자연화된 가상’에 주목한 글이다. 간만에 신선했다. 기성의 영화비평의 언어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관과 시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가상세계의 경험을 다룬 동시대의 독립영화를 다루면서 영화사적 맥락, 게임, 현대미술의 컨텍스트 속에서 가상의 현상학을 다룬다. 단평은 급한 호흡으로 쓰인 듯 다소 거칠었다. 이길보라 감독의 <기억의 투쟁>을 두고 기억의 ‘시차’를 다루고 있는데, 역사적이거나 시간적 간극을 의미하는 ‘시차(時差)’와 (지젝의 관점에서) 종합이나 매개가 불가능한 차이를 다루는 ‘시차(視差, parallax)’를 혼용해서 쓰고 있어서 추후 글을 다듬을 때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단평과 장평 모두 장황한 영화적 레퍼런스들이 글을 난삽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아쉬움을 준다. 그럼에도 박동수의 영화비평은 영화, 개인, 세계의 긴장관계 속에서 형식과 주제를 아우르고 있다는 신뢰감을 주었다.
 논의 끝에 박동수의 「‘자동 로그인’된 영화 -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과 <내 언니 전지현과 나>」를 올해의 독립영화비평상 문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자동 로그인’된 세대의 영화적 경험이 기존의 가상-현실의 이분법과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준 장평의 단단함이 적은 공모작 속에서 올해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게 했다. 강우진의 글은 정서가 풍부하나 직관을 단언하는 경향이 있고 글에서 자신만의 문체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응모자에게는 완성된 글을 쓰기까지의 치열한 시간에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1년 2월 
심사위원 송효정, 유운성 


2. 작년 독립영화비평상에서 낙선했을 때는 이러한 심사평을 받았다.

논리정연하고 정돈된 글쓰기가 장점인 글이지만, 오늘날 다큐멘터리의 특정한 경향에 대한 진단과 매체의 조건에 대한 논의는 있되 그것들의 정치적·사회적·미학적 가능성 혹은 가능한 저항의 방식에 대한 고찰이 결여된 점이 아쉬웠다. 또한, 개별 작품들에 대한 구체적 분석은 다소 피상적인 데서 그치고 있다.

 이번에 당선된 글도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글이라 생각하지만, "영화, 개인, 세계의 긴장관계 속에서 형식과 주제를 아우르고 있다는 신뢰감을 주었다"는 이번 심사평의 문장에서 작년에 받았던 심사평에서 지적된 문제점에 대해 어느정도 따라잡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여러 비평공모가 개별 응모작에 심사평을 남겨주는 일은 흔치 않고, 그마저도 최종심이 오른 몇 작품에 대한 짧은 코멘트가 대부분인데, 한독협 독립영화비평상은 (물론 응모작의 수가 다른 공모에 비해 적지만) 응모자에게 꼭 필요한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저 감사하다. 아마 작년의 저 심사평을 받지 못했다면 올해의 결과는 물론, 여기저기에 글을 기고했던 작년의 경험마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장평 「‘자동 로그인’된 영화 -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과 <내 언니 전지현과 나>」는 작년 10월에 기획하고 진행했던 씨네미루 상영회에서 배포한 글의 일부를 가져와 재구성한 글이다. 그 때의 글은 정말 난잡하고 쓸데없이 거창한 주제를 잡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애매하게 되었는데, 이번이 아쉬웠던 글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작년 크리틱-칼에 기고한 글에서 게임의 체험과 영화의 체험을 비교했는데, 그 때 습득한 것들이 밑바탕이 되어 [포켓몬 고]와 [일랜시아]의 유저들이 수행하는 것들을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과 <내언니전지현과 나>가 어떻게 가져오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2017년 출시 당시부터 꾸준히 [포켓몬 고]를 플레이한 경험과, 비록 [일랜시아]는 아니지만 여러 망한 온라인게임들을 전전해온 경험이 이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자동 로그인'이라는 제목은 글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할지 고민하던 차에 무의식적으로 [포켓몬 고]를 플레이하다가 떠올렸다.

 단평「기억의 시차를 넘어서기 위한 투쟁-<기억의 전쟁> 이길보라」는 작년 5월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리뷰코너에 기고했던 글을 조금 다듬은 글이다. 이 글의 초반부가 심사평에서 여러 레퍼런스를 난삽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해당하는 부분일텐데, 앞으로의 글에서 꾸준히 정리해 나갈 생각이다. 주변 친구들이나 트친이 그것이 내 글의 장점이라 말해주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당선소식을 들은 뒤 글을 다시 읽어보니 확실히 정리정돈이 필요해보인다. 레퍼런스를 글에 쏟아 붓는 것이 유의미하려면 단순히 글자 수를 채우는 것을 넘어 명확한 맥락을 이루어야하는데, 아직 그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낀다.


4. 글을 읽고 피드백을 보내준 애인과 영화모임 조찬클럽의 친구들, 꾸준히 내 글을 칭찬해준 모든 친구들, 이번 공모에 응모하기 전 함께 글을 읽어준 영화비평쓰기 모임에 감사드립니다.


5. 원고 청탁 및 기타 문의는 dsp9596@naver.com 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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