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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21. 2021

2021-03-21

1.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봤다. 뭔가 리뷰를 써보려고 했는데, 적다보니 나무위키 문서랑 다를 바 없는 정보(+개봉판과의 비교) 밖에 안 되는 것 같아 때려치웠다. 이 영화에 대해 흥미로운 지점은 3년 반 전 공개된 버전과 동일한 이야기, 동일한 캐스팅, (거의) 동일한 촬영본으로 전혀 다른 결과물이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잭 스나이더는 이미 <왓치맨>에서 감독판에 얼티밋 컷까지 줄줄이 내며 자신의 영화를 수차례 업데이트 했던 전력이 있지만, 이번처럼 서로 다른 감독의 손을 거쳐 상반된 결과물이 제작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두 영화의 차이는 단순히 개봉판에서 삭제된 캐릭터들의 서브플롯이 추가되었다거나 액션과 이미지에서 스타일 상의 변화가 있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영화의 수정 (혹은 재탄생) 과정에서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독특한 사례라는 것이 흥미롭다. 2019년에 있었던  #ReleaseTheSnyderCut 해시태그 운동부터 공개에 이르기까지, 팬(과 주연배우들)의 꾸준한 언급이 아니었다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완성되지 못했을 영화다. 이는 제작/투자/배급사로 인해 온전한 편집권을 갖지 못했던 감독이 추후에 감독판을 내놓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례다. '스나이더 컷'의 발굴된 필름을 보여주는듯한 위의 포스터는 묘하게 웃긴 이유다. 


2.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은 형편없었다. 아무리 TVA와의 강한 연계성 속에서 원작 만화의 에피소드 한두개 정도를 대규모로 제작한 것이라 하더라도,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두 개의 이야기가 뜬금없이 맞붙어 있다는 생각만 든다. 물론 TVA를 다 못 보고 극장을 찾았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한열차에서 엔무와의 싸움과 아카자와 렌고쿠의 싸움은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탄지로의 감정선일텐데, 그것을 끌어내는 방식은 <국제시장> 같은 영화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영화에서 가장 감명 깊은 순간은 탄지로의 무의식에 들어간 결핵 걸린 남자의 이야기 정도였다. 작화의 측면에서 평면성이 강조되는 검사들의 기술과 3D를 사용한 배경 사이의 엇갈림이 주는 이질감이 눈에 띄었다. <날씨의 아이>처럼 특정 장면을 3D로 처리했다던가,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처럼 유사한 질감의 존재들이 맞붙는 상황이 아니라, 아예 3D로 제작된 적과 극도의 평면성을 띤 탄지로, 렌고쿠, 이노스케의 기술들이 맞붙는 상황이 기묘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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