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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l 22. 2021

형식의 장단점과 한계를 모두 활용하기

<호스트:접속금지>롭 세비지 2020

<호스트: 접속금지> 2016년 오픈한 호러영화 전문 OTT 서비스 셔더(Shudder)의 오리지널 영화다.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제작된 작품으로, 감독인 롭 세비지가 시나리오 작가 제드 셰퍼드, 프로듀서 더글라스 콕스와 함께 줌(ZOOM)으로 회의를 하던 중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영화는 팬데믹으로 인해 락다운이 시작되고, 각자의 집에 격리된 친구들이 줌을 통해 화상으로 교령회(강령회)를 진행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랜선 교령회가 진행되던 중 한 사람의 장난으로 인해 끔찍한 악령들이 찾아오게 된다. <언프렌디드> 시리즈처럼 스카이프 등을 활용한 데스크탑 필름 장르의 호러는 물론, <서치>처럼 페이스타임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한 스릴러 등 다양한 영화들은 이미 존재했다. 하지만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회의는 물론 술자리, 콘서트, 포럼, 토크쇼, 강의 등이 진행되는 장소가 된 상황에서 <호스트>에 등장한 줌 화면은 기존보다 큰 몰입감을 가져온다. 

 게다가 <호스트>는 줌을 통해 촬영되었다. 고프로나 DSLR등 다른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뒤 PC 화면처럼 편집 및 합성한 <서치>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호스트>는 줌이 자체적으로 지닌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 자체의 효과를 선보이는 데 집중한다. 가령 가상배경을 통해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가상배경을 사용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글리치가 등장한 화면은 후반부 가장 중요한 호러 요소로 등장한다. 페이스 스티커 기능을 통해 장난을 치던 등장인물의 화면 속에서 투명하게 존재하는 악령의 얼굴에 스티커가 붙는 장면은 줌을 비롯해 인스타스토리나 틱톡 등에 익숙한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호러 요소로 다가온다. 줌 무료계정의 경우 50분의 이용시간제한이 발생한다는 점을 통해 일종의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그것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유머를 만들어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호러 장르에서 데스크탑 필름은 페이크 다큐멘터리/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방법론을 어느 정도 따르게 된다. 실제감, 실시간성, 격렬하게 흔들리는 카메라, 일인칭에 가까운 제한된 시야 등은 <호스트>를 비롯한 데스크탑 필름 형식의 영화에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호스트>의 강점은 줌을 활용해 촬영되었기에(엔드크레딧마저 줌을 활용해 제작되었다) 프로그램이 지닌 장점과 단점, 한계 모두가 영화 내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최근의 사례 중 <랑종>이 <블레어 위치> 등 전통적인 사례를 충실히 따라가려 한다면, <호스트>는 차라리 스노우 앱의 필터를 활용한 빵송국의 ‘매드몬스터’ 같은 사례에 조금 더 가깝다. 무엇을 통해 대상이 촬영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캐치하고, 촬영하는 장치(프로그램)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꾸려간다는 점에서 두 사례는 비슷하게 다가온다. 물론 <호스트>에 담긴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다. 교령회 도중 등장한 악령이 인물들을 공격한다는 설정의 영화는 수도 없이 봐왔으며, 이미 <언프렌디드> 같은 작품이 같은 소재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담았다. 다만 <언프렌디드>와 다르게 <호스트>는 작품이 주요 소재로 삼은 것을 영화의 형식으로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형식이 지닌 다양한 요소들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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