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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Oct 15. 2021

반쯤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와 제대로 실패한 액션 히어로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앤디 서키스 2021

 전편의 소동 이후 에디(톰 하디)는 떨어진 저널리스트로서의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신의 몸속에 숨어 있는 베놈의 도움으로 연쇄살인마 클리터스(우디 해럴슨)가 피해자를 매장한 곳을 알아낸 그는 다시 스타 기자가 된다. 클리스터가 사형되는 날, 클리터스는 에디의 손을 물고 그의 피를 마시게 된다. 베놈과 유사한 능력을 지닌 카니지가 된 그는 어린 시절의 연인이자 고음을 발사하는 초능력을 지닌 프랜시스(나오미 해리스)를 구출해 샌프란시스코를 헤집어 놓고 다닌다. 에디는 베놈과 함께 그를 저지하려 한다. 97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정신없이 이야기를 풀어놓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확실히 전편에 비해 아쉽게 다가온다. <모글리: 정글의 전설>을 통해 자신의 연출력을 하나도 증명하지 못한 앤디 서키스가 연출을 맡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에디와 베놈 사이의 로맨틱 코미디와 베놈의 숙적 카니지의 이야기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를 제대로 정리해내지 못했기 때문일까?

 루벤 플레셔가 연출한 전작도 썩 좋은 평을 받진 못했지만, 에디와 베놈의 관계를 BL에 가까운 방식으로 풀어낸 것은 적지 않은 호응을 얻어냈다. 쉽게 말해 <베놈>을 안티 히어로가 주인공인 액션 블록버스터로 보는 것보다 액션을 매개로 한 인간과 어느 외계인이 얼떨결에 동거를 하게 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로 보는 것이 더욱 적절하게 느껴진다. <베놈 2>도 그러한 공식을 따른다. 에디의 집은 베놈의 공간이기도 하다. 둘의 관계는 에디의 전 애인인 앤(미셸 윌리암스)와 근처 슈퍼마켓의 첸 아주머니(페기 루) 정도만이 알고 있다. 두 캐릭터의 비밀연애(?)는 동거뿐 아니라 동업, 식생활(인간의 뇌를 먹지 못한 베놈은 닭과 초콜릿만을 먹을 수 있다)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영화 중반부에서 별거를 하기에 이른다. 에디를 잠시 떠난 베놈이 코스튬 파티에서 형형색색의 형광봉을 몸에 두르고 관객들 앞에서 ‘커밍아웃 연설’을 하는 장면은 <베놈 2>의 백미다.

 다만 에디와 베놈의 로맨스가 불타오르는 동안 클리터스/카니지와 프랜시스의 이야기는 가볍게 등장해 손쉽게 퇴장한다. CG의 힘을 빌어 영상화된 카니지의 징그러운 외모는 인상적이지만, 로버트 리처드슨이 촬영감독을 맡았음에도 부실한 촬영은 카니지의 위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엑스맨> 시리즈의 벤시나 <버즈 오브 프레이>의 블랙 카나리를 적당히 밴치마킹해온 프랜시스는 시리즈의 이후를 위한 떡밥 정도로만 다가온다. R등급이 아닌 PG-13 등급을 선택한 만큼 표현상의 한계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클리터스/카니지가 샌 쿠엔틴 교도소를 탈출하는 장면은 장면의 스케일에 비해 스펙터클함이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다. ‘카니지’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교도소 안의 인물들은 죽어나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베놈과 카니지의 촉수들이 격돌하는 후반부의 액션도 두 외계인의 진검승부라기보단 베놈과 에디가 서로의 궁합을 재확인하는 과정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전작의 클라이맥스만큼 인상적이지 못하다. 에디와 베놈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과 그것이 주는 나름의 즐거움은 있지만, 한없이 엉성한 완성도는 97분의 짧은 러닝타임조차 지루하게 느껴지게 한다.


*쿠키영상에 대해선 기대보단 걱정이 조금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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