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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Oct 28. 2021

산만한 속편이자 예고편

<할로윈 킬즈> 데이빗 고든 그린 2021

 40년 만에 해든필드로 돌아온 마이클 마이어스(닉 캐슬)은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 캐런(주디 그리어), 앨리슨(앤디 마티책)으로 이어지는 모녀 3대에 의해 불구덩이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죽지 않은 마이클 마이어스는 소방관들을 학살하고 도망친다. 희대의 살인마가 40년 만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1978년의 다른 생존자 토미(안소니 마이클 홀), 로니(로버트 롱스트릿), 린지(카일 리처즈), 매리언(낸시 스티븐스) 등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마이클 마이어스를 사냥하려 한다. “오늘 밤 악마는 죽는다!”라는 구호와 함께 마을은 광기에 휩싸이고, 마이클 마이어스는 계속 살인을 저지른다. <할로윈 킬즈>는 흥행과 평가 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존 카펜터의 1978년작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속편 <할로윈>에서 곧바로 이어진다. 배에 자상을 입은 로리를 대신해 전작에서 아버지를 잃은 앨리슨이 마이클을 사냥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호킨스(윌 패튼)의 과거나 다른 생존자들을 보여주며 오리지널 <할로윈>의 세계와 이번 시리즈의 이야기를 더욱 밀착시키려 한다.

 안타깝게도 그 시도는 전작만큼의 카타르시스도, 오리지널만큼의 공포도 주지 못한다. 1978년의 호킨스 형사와 토미, 로니, 린지, 매리언을 보여주는 부분은 이번 리부트에 추가된 두 캐릭터(호킨스, 로니)를 1978년의 시공간에 억지로 이식해 놓은 것만 같다. <할로윈 킬즈> 중간에 삽입되는 1978년작 속 린지와 매리언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인용으로 다가온다면, 본작을 위해 새로 촬영된 1978년 장면들은 그것과 큰 이질감을 갖는다. 각각 린지와 매리언으로 오리지널 <할로윈>에 출연했던 카일 리처즈와 낸시 스티븐스가 출연한 것 (여기에 보안관 블라켓 역의 찰스 사이퍼스도 출연한다) 이외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마이클 마이어스라는 ‘순수 악’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공동체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그러한 집단 트라우마가 <미스트> 같은 작품 혹은 올해 2월 미국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과 같은 집단광기의 방식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적절히 그려내지도 못했다. 앨리슨의 입장에서 시작해 캐런과 로리의 이야기를 모두 포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전작의 안정적인 구조는 이번 영화에서 젊은 호킨스가 주축이 된 1978년, 로리-캐런-앨리슨, 토미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로 나뉘며 산만해진다.

 오히려 <할로윈 킬즈>는 2018년작 <할로윈>이 싸그리 무시했던 무수한 <할로윈>의 속편들과 더 닮아 있다. ‘부기맨’이라기보다 마을 하나를 통째로 상대하는 학살자의 모습에 가까운 마이클 마이어스의 행각은 점차 살인에 대한 공포보다 살인마의 폭력적인 살인행각을 더욱 폭력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주력한, 80년대의 멍청한 호러영화(Dumb/Silly Horror)에 가깝다. 존 카펜터의 <할로윈>보단 차라리 <블러디 발렌타인>처럼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학살하는 영화(초반부 소방관을 학살하는 장면은 명백히 <블러디 발렌타인>의 오마주다)랄까. 물론 거기서 오는 고약한 즐거움도 존재하지만, 1978년과 2018년의 두 영화와 비교하자면 아쉬움이 앞선다. 게다가 내년 개봉 예정인 <할로윈 엔드>를 예고하는 (<싸이코>의 그 장면을 따라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당황스러움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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