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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Dec 02. 2021

팬서비스일 수밖에 없는 속편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제이슨 라이트먼 2021

 2016년 개봉한 폴 페이그의 리메이크작 이후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의 팬들은 불만을 토해냈다. 네 여성 주인공을 내세우고 ‘백치’ 백인 남성을 아이캔디로 사용했다는 게 주된 골자다. <고스트버스터즈>가 <스타워즈>나 <007> 같은 시리즈도 아닌데, 30년 넘게 이어진 강력한 팬덤을 지닌 작품이었나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들이 화난 이유는 원작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고, 카메오 출연한 원작의 배우들에게 이상한 배역을 건네고, 재미없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이다. 여기서 말이 되는 것은 마지막 이유 정도뿐이려나. 어쨌든 팬들은 진짜 리메이크, 2편까지 개봉한 <고스트버스터즈>의 진짜 3편을 제작해달라고 요청했다. 2015년 원작의 주연 중 한 명이자 각본가였던 댄 애크로이드를 주축으로 ‘고스트 군단(Ghost Corp)’라는 <고스트버스터즈> IP의 관리와 제작을 전담하는 회사가 설립됐고,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그 이후 두 번째 극장용 영화다. 이번 영화의 감독인 제이슨 라이트먼은 <주노>나 <툴리> 등의 작품으로 알려진, 원작 <고스트버스터즈>의 이반 라이트먼 감독의 아들이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2021년을 배경으로 삼는다. 시대뿐 아니라 배경도 달라졌다. 뉴욕이 아니라 오클라호마의 소도시 섬머빌이 이번 영화의 무대다. 집세를 내지 못해 강제퇴거를 당한 캘리(캐리 쿤)과 그의 아들 트레버(핀 울프하드)와 딸 피비(맥케나 그레이스)는 할아버지가 남긴 섬머빌의 낡은 집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피비는 할아버지가 남긴 기묘한 실험실을 발견하고, 과거 고스트버스터즈로 활약했던 할아버지의 물건들을 찾아낸다. 그와 함께 섬머빌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보충학교 과학교사 그로버슨(폴 러드)와 트레버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동료 럭키(셀리스티 오코너)가 피비 가족과 함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기묘한 이야기>에서 고스트버스터즈 코스튬을 선보였던 핀 울프하드가 주연으로 나오기 때문일까, 혹은 대도시에서 시골로 배경을 옮겼기 때문일까?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코미디의 성격이 강했던 오리지널 2부작과 폴 페이그의 리메이크와는 다르게 <기묘한 이야기>와 같은 SF 어드벤처의 느낌이 물씬 난다. 영화의 분위기뿐 아니라 이야기와 인물구성, 애니매트로닉스를 동원한 특수효과, 데이빗 보위의 코스튬처럼 느껴지는 악당 고저(올리비아 와일드)의 모습 등은 원작이 개봉하던 시기 쏟아져 나오던 어드벤처 영화들과 유사한 질감을 선사한다. 물론 CG를 통해 제작된 유령과 추격전 등은 당시의 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지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은 이번 영화의 지향점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지향은 일종의 시대착오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중반부 피비가 인류사의 몇몇 거대한 ‘폭발’들을 악한 유령의 소행으로 본 뒤 그 마지막의 1984년 뉴욕 유령 사건을 꼽는다. <고스트버스터즈 2>가 익숙한 속편의 루틴을 따른다면,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속편이 되기 위해 영화 속 세상을 ‘고스트버스터즈’가 존재하는 대체역사로 만들어낸다. 마치 MCU가 <어벤져스>의 뉴욕침공을 분기점으로 영화 밖 세계와 다른 방향의 세계를 이어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국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가 회귀하는 것은 피터 뱅크먼(빌 머레이), 레이 스탠츠(댄 애크로이드), 윈스턴 제드모어(어니 허드슨), 그리고 이곤 스팽글러(해롤드 레미스, 2014년 세상을 떠났기에 CG와 사진으로 등장한다)의 복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결국 이들이 차지하게 된다. 피비와 트레버라는 새로운 세대의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내세웠지만, 결론은 ‘속편’이라는 명분 하에 과거로 돌아가 핏줄을 이어가고 후일담을 이야기하며 원작의 장소로 복귀하는 것이다. 여기서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 세계의 타임라인은 쓸모없는 것이 된다. 80년대는 물론 2010년대 들어 <기묘한 이야기>나 <그것> 등의 작품이 끝없이 소비해 둔 모험담을 2021년의 시골 마을에 이식하는 시도는 아쉬운 수준에 그치고, 남은 것은 팬서비스와 귀여운 미니 마시멜로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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