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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an 19. 2022

2022-01-19

1. 어제 상상마당시네마 재개관식에 다녀왔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스프린터>가 상영되었고, 새롭게 단장한 극장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뜻밖에도 영화평점 및 OTT플랫폼의 메타 검색엔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노라이츠에서 위탁운영을 맡아 재재관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던 상상마당시네마가 장기휴관을 마치고 재개관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CGV가 아트하우스관을 계속 줄여가는 와중에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이 한 곳이라도 늘어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니까. 직접 찾아간 상상마당시네마는 과거의 모습과 새롭게 단장한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앉던 맨 뒤 구석 자리를 2년 만에 다시 찾으니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학교 근처에 있던 극장이라 자주 방문했기 때문일까. 1월 25일 본격적으로 재개관하는 상상마당시네마는 '대단한 단편영화제' 등 기존 상상마당시네마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일정부분 계승하고, 독립영화인 지원을 위한 지하3층 시사실 무료대관, 소모임, 멘토링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모쪼록 잘 운영되어 과거의 상상마당시네마가 그랬던 것과 같이 어떤 거점으로 남아주었으면 한다.


2. 재개관식에 가는 동안 반가움과 걱정이 공존했다. 키노라이츠와 KT&G상상마당의 방향성에 동의하느냐와 별개로, 키노라이츠는 영화관을 운영해본 적 없는 주체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도 않다. 정식 재개관하는 다음 주의 상영작은 <혼자사는 사람들>과 하마구치 류스케의 <아사코>, <해피아워>, <드라이브 마이 카>, 그리고 <몸값>, <12번째 보조사제>, <데드라인> 등의 단편 묶음이다. 이 라인업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존의 상상마당과 아트나인이 만들어낸 독립영화 상영관에 대한 어떤 상, 어떤 편견 섞인 라인업을 보는 기분이랄까. 두 곳의 성격을 적절히 섞어낸 것만 같은 연희동 라이카시네마의 라인업이 재개관한 상상마당시네마에서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령, 최근 라이카시네마에서는 <몸값>과 <12번째 보조사제> 등의 단편영화를 상영했다) 프로그램과 별개로 기존에 상상마당시네마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재고용 여부라던가, 배급사업을 이어가는지 등이 궁금하기도 하다. 다른 걱정은 재개관 관련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커뮤니티 시네마'라는 워딩이다. 심영아 KT&G 사회공헌실장은 “상상마당 시네마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영화산업 환경 속에서도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네마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상상마당시네마는 어떤 '커뮤니티'가 될 수 있을까? 혹은 현재 커뮤니티 시네마의 형태로 운영되는 곳들, 가령 대구 오오극장, 부산 모퉁이극장 등과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를까? 포스트핀이 운영하던 커뮤니티 시네마인 '다락시네마'는 최근 문을 닫았다. 상상마당과 키노라이츠가 어떠한 방식의 커뮤니티를 상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직 재개관 직후의 라인업 말고도 어떤 방식으로 영화관이 운영될지에 관한 이야기도 공개된 것이 없기에, 뭐라 말을 덧붙이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던 간에, 기존에 상상마당시네마가 장기휴관에 들어가며 벌어진 일 같은 게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물론 키노라이츠에게 하는 말은 아니고, KT&G상상마당이 한 일이 있으니까. 모쪼록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여주길 바라고 응원한다.


3. 부산영화평론가협회를 통해 등단한 영화평론가들이 주축이 되어 기획된 OTT 비평지 [비옽(BEOTT)] 창간호를 읽었다. 창간호는 넷플릭스의 <킹덤: 아신전>을 메인으로 삼은 전반부, <퀸스 갬빗>과 <오징어 게임> 등 개별 작품에 대한 비평으로 채워진 후반부로 구성되어 있다. 우서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 비평지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반갑다.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작품들은 종종 비평의 대상이 되긴 했으나(가령 최근 씨네21 영화평론상 당선작에는 <아이리시맨>, <맹크>, <그녀의 조각들> 등이 다뤄지고 있다), 이는 마틴 스코세이지, 데이빗 핀처 등 '거장'으로 불려온 감독들의 '영화' 작품 위주였다. 더더욱 시리즈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국내 비평지에서 시리즈를 영화/영상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특집은 <스위트 홈>, <마인드헌터> 등을 다룬 마테리알 4호 '시리즈의 감각' 정도였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비옽]의 등장은 사뭇 반갑다. 평가를 가장한 마케팅으로 도배된 리뷰기사들 대신 새로운 평문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특히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스핀오프 겸 프리퀄인 <킹덤: 아신전>의 애매한 위치를 웹소설의 서사방식에 빗대어 바라본 윤아랑 평론가의 [너무 접촉하거나 너무 떨어지거나, 혹은...]과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영화와 영상 콘텐츠 사이에 놓인 <피어 스트리트> 시리즈와 <보 번햄: 못 나가서 만든 쇼>를 다룬 김민우와 심미성의 글도 흥미로웠다. OTT 플랫폼에 대한 비평을 한다고 했을 때, 쉬이 접하기 어려운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평문 뿐 아니라 OTT 플랫폼이라는 사태를 개별 작품이 어떻게 소화해내는가에 관한 글을 찾고 싶었는데, 그것을 본격적으로 다룬 글은 아니더라도 이러한 글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다만 의문이 남는 것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시리즈의 바운더리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이다. 플랫폼이 배급만을 담당한 작품은 오리지널 콘텐츠일까? 혹은 그저 배급업자로서 서비스를 할 뿐일까? 개별작품에 대한 평문 중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느낀 의문이다. 사실 이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같은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단순히 넷플릭스가 국가/권역별 배급만을 맡은 작품과 제작에 참여한 작품 사이의 구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령 샤프디 형제의 <언컷 젬스>는 국내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었지만, 미국에선 A24가 제작 및 배급한 영화로 되어 있다. tvN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해외에 소개되었다. 그렇다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배급만을 맡았던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멋진 징조들>이나 <더 보이즈>와 같은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인가? 얼마 전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솔라 오포짓>을 보던 중 국내엔 디즈니플러스 내 'STAR'로 통합되어 제공되는 훌루가 언급되는 대사에서 애매함을 느꼈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부분에서의 그 대사는 훌루를 통해 작품을 보고 있을 시청자를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대사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접했다. 경계는 점점 더 애매해질 것이다. 비평보단 산업의 영역에 따른 바운더리 설정이겠지만, OTT 플랫폼에 대한 메타비평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제 첫 삽을 뜬 독립잡지에 모든 것을 요구할 수야 없겠지만, 반가움과 바람을 동시에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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