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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Feb 18. 2022

영화에서 게임으로, 다시 영화로

<언차티드> 루벤 플레셔 2022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형 샘과 함께 살던 네이선 드레이크(톰 홀랜드). 먼저 고아원 밖으로 나간 형의 연락을 기다리던 네이선은 어느새 성인이 되어 바텐더로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설리(마크 월버그)가 접근해온다. 그는 샘과 함께 일했었다며, 마젤란의 세계일주가 남긴 황금을 함께 찾자는 제안을 해온다. 네이선과 설리는 다른 보물 탐험가 클로에(소피아 알리)와 함께 마젤란의 황금을 찾기 위해 탐험을 시작한다. 한편 오랜 시간 마젤란의 황금을 노려온 몬카다(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부하 브래독(타티 가브리엘)을 통해 그들을 저지하고 황금을 독차지하려 한다. 게임 개발사 너티독에서 제작하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배급했던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좀비랜드>, <베놈>의 루벤 플레셔가 연출을 맡았다. 또한 <좀비랜드 2>,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등으로 할리우드에 완전히 정착한 정정훈이 촬영감독을 맡았다. 여담이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이 자사 배급 게임 IP를 활용하기 위해 설립한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의 첫 영화 개봉작이기도 하다.

 영화 <언차티드>는 4편까지 제작된 원작 게임 곳곳에서 조금씩 이야기와 장면을 따왔다. 초반 등장하는 네이선과 샘의 어린 시절은 4편을, 영화의 포스터로도 활용된 비행기 장면은 3편을, 속편을 예고하는 쿠키영상 속 내용은 1편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원작 게임의 캐릭터를 가져온 정도에 그칠 뿐, 전체적인 이야기와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푸는 퍼즐, 보물 자체 등은 영화의 오리지널 설정에 가깝다. 사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캐릭터, [툼레이더] 등에서 따온 게임성 등을 변형 및 강화한 것에 가까웠던 게임이기에, 게임 자체의 오리지널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자체가 많지 않았다. 그러한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기에, 영화의 밑바탕, 나아가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캐릭터와 이야기 설정 자체가 빈약하다.

 원작 게임의 성공은 모험을 직접 경험하는 것에 있었다. 선형적인 게임이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속이는 넓은 맵, 절벽과 추락 중인 비행기 또는 기차 등에 매달려 기어오르는 등반 시스템, 다양한 퍼즐 등은 모험의 감각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컷씬과 QTE, 3인칭 시점 액션을 적절히 섞음으로써 블록버스터 영화를 통해 접해왔던 거대한 액션의 한복판으로 플레이어를 데려다 놓는 순간이 무척 인상적인 게임이다. 너티독이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 등 여러 게임을 통해 꾸준히 시도해온, 게임에서 영화적 순간을 선사하는 것을 [언차티드] 시리즈는 가장 접근하기 좋은 장르를 택해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언차티드] 시리즈가 꾸준히 도전해온 영역으로 퇴행한 결과물이다. 관객이 개입할 수 없는 퍼즐엔 별다른 긴장감이 발생하지 않으며, 게임의 등반 액션을 재현한 결과물은 원작의 열화판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선보인 비교적 단순한 퍼즐이 하나의 프레임 속에서 긴장감을 만들어내던 방식은 <언차티드>에서 성립될 수 없다. 또한 <미션 임파서블> 속 톰 크루즈의 등반 장면들이 만들어내던 아찔함은 <언차티드>에서 올바르게 재현될 수 없다. 원작 게임 자체가 그러한 요소들의 변주와 강화 속에 있었기에, 그것들 다시 영화화하는 것은 게임이 어드벤처 장르에 가한 변주를 다시 되돌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은 앞으로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의 드라마화,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언차티드> 본편 상영에 앞서 등장한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의 로고 트레일러를 보면 [갓 오브 워], [라챗 앤 클랭크], [호라이즌 제로 던] 등 플레이스테이션이 배급한 게임들의 이미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 게임들의 영화화, 드라마화는 과연 적절한 선택일까? <언차티드>와 그게 앞서 공개된 무수한 게임 원작 영화들은 그것이 쉬운 길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게임을 영화에 이식한 흥미로운 사례들은 <레디 플레이어 원>이나 <프리 가이>처럼 게임을 원작으로 삼지 않는 작품들이다. 게임의 이야기뿐 아니라 게임성 자체를 영화화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직까지 그에 대한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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