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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헨리 배 Henry Bae Aug 17. 2018

그럴 거면 여행을 왜 가는 거야?

굳이 해외로 여행을 가는 이유

제게 여행의 목적은 휴식입니다. 저는 여행을 가서 돌아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돌아다니는 데는 힘이 드니까요. 계획 또한 잘 세우지 않습니다. 하루에 많아야 세 군데만 정해서 그 장소들을 방문한 후에는 발이 닿는 대로 갑니다.


이런 저와 달리 저희 어머니께서는 ‘여행에서 이것저것 맛보고 돌아다니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 돈 낭비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지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저를 보며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그럴 거면 여행을 대체 왜 가는 거야? 돈 아깝지 않아? 그럴 거면 국내여행을 가.”


©배득형

그렇습니다. 저는 국내여행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내여행을 간다면 항공료나 숙박비 등 여러 방면에서 돈을 아낄 수 있겠지만, 그건 또 싫습니다. 저는 해외여행을 추구합니다. 그래봤자 일본밖에 가보지 않았지만요.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국내에 있는 펜션을 잡으면 훨씬 저렴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쓸데없이 돈을 더 들여가며 국내여행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가는 걸까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적절한 단절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을 때나 지도를 볼 때를 제외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해외여행은 경우가 더 심합니다.


저는 해외여행 시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해놓습니다. 혹시 모를 데이터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물론 포켓 와이파이를 사용함으로써 인터넷 사용이 가능토록 해놓습니다만, 비행기 모드이기에 전화나 문자는 전혀 받지 못합니다. 그 덕에 적절한 수준의 단절을 경험합니다.


©배득형

적절한 단절은 나의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적절한 단절을 통해 어떤 이유에서든 꼭 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음에도 관계를 이어나가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은 적절한 단절을 통해 인간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 때문이다.” 인간관계의 재정립을 통해 불필요한 관계를 덜어냄으로써, 우리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탈피


‘물고기는 물을 모른다. 물을 벗어나서야 그곳이 물이었던 것을 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일상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여행은 잠시나마 우리를 일상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파묻혀 지내던 나의 일상을 제삼자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배득형

저는 해외를 가면 골목골목을 걷는 걸 좋아합니다. 골목은 그 나라의 향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걷기는 명상을 하기에 좋은 행위입니다. 골목을 걸으며 저는 제 일상을 점검합니다. 일상 속에서 걷던 걸음이 원하는 삶으로 이끄는 걸음인지, 진정 중요한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삶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내가 잘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런 고민들은 평소에도 자주 합니다. 매일 러닝머신을 뛰며 생각하죠. 그러나 평소에 해결되지 않았던 고민들이 여행에서는 곧잘 해결되곤 합니다.


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물속에서 보는 바다와 물 밖에서 보는 바다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배득형

아니, 애초에 물속에서는 바다를 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적절한 답은 나오기 힘듭니다. 물 밖에서만 바다를 바라봐도 적절한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속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알기 위해선 속에서도 경험해야 하고, 밖에서도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는 평소에 일상 속에 삽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일상을 밖에서 보게 됩니다. 여행에서 인생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나와의 만남


제가 굳이 해외로 여행을 가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해외에 가면 낯선 환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람들 또한 낯섭니다. 대화도 잘 통하지 않습니다. 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연히라도 저를 아는 사람과 마주하게 될 확률 또한 기적과 같습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저는 다시 태어난 기분을 맛봅니다. 그렇게 본연의 나와 마주하게 됩니다.


©배득형

환경은 하나의 프레임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특정한 환경 속에 살아오며 무의식적으로 ‘이건 괜찮고, 저건 안 돼.’와 같은 삶의 규칙을 익힙니다. 우리는 그 규칙에 따라 행동하며 살아갑니다.


이는 소속감 때문입니다. 소속감이란 ‘내가 여기 있어도 괜찮다.’라는 감각입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은 누구나 소속감을 원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처음 태어나 마주하는 공동체는 가족입니다. 인간은 약한 존재입니다. 특히 영유아기에는 더욱 약합니다.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맞춥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가장 강한 권력자는 부모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의 말에 절대복종합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아선 안 되거든요. 부모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제재하지 않는 건 합니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삶의 규칙은 고스란히 아이의 삶의 규칙이 됩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이 가장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의 규칙에 자신을 맞춥니다. 문제는 그렇게 환경에 자신을 맞춤으로써 본연의 자신과 멀어진다는 점입니다.


©배득형

말이 좀 길어졌지만, 중요한 건 여행을 통해 우리는 본연의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해외와 같이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는 더 이상 이전의 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본연의 나는 우리를 자연스럽게 합니다. 본연의 나는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본연의 나는 우리에게 활기를 줍니다. 우리는 본연의 나와 마주함으로써 나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건 본연의 나와 마주함으로써 우리가 본연의 나와 얼마나 일치되지 않는 삶을 살아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배득형

본연의 나와 일치된 삶을 산다는 것은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는 것과 같습니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여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예전에 입던 옷을 계속 입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르고는 살 수 있지만, 알면 그렇게 살지 못하는 법입니다.


본연의 나를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에 속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이 끝난 후에도 본연의 나로 살고자 하는 욕구를 버리지 못합니다.


우리 삶은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본연의 나로서 살고자 하는 욕구에 초점을 지속해서 맞추면,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렇게 살기 위해 나 자신과 환경을 개선합니다. 결국, 본연의 나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마치며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하자면, 제가 굳이 해외여행을 가는 이유는 아래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인간관계 재정립

인생에 대한 인사이트

본연의 나와의 만남


인간관계를 재정립하고, 인생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본연의 나를 만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돈 낭비처럼 보이던 해외여행은 제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거죠.


이는 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국내에도 좋은 여행지가 많습니다. 그러나 해외여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굳이 해외여행을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관광 말고 휴식을 목적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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