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방법
제가 즐겨하는 여러 취미 중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독서입니다. 집에서도 읽고, 카페에서도 읽고, 누군가를 기다리면서도 읽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도 읽습니다.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자 합니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우리 부모님은 성공한 쪽에 속합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노력보다, 부모님의 영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배우기 전에는 글을 읽지 못합니다. 많은 부모님께서 자녀가 글을 읽지 못할 때는 책을 직접 읽어주십니다. 우리 부모님께서도 마찬가지셨죠. 하지만 생각보다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제게는 어린 조카가 있습니다. 사촌 누나의 딸입니다. 종종 사촌 누나 집에 가서 조카를 봐주곤 하는데, 세 시간만 지나면 저는 지쳐서 드러눕습니다. 드러누운 제 옆에서 조카는 더 놀아달라고 보챕니다. ‘애들은 에너자이저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육아의 축에도 못 끼는 세 시간만으로도 지치는데,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들어와 애를 보다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박지성 선수와 같은 체력이 요구됩니다. 심지어 두 개의 심장이라 불리는 박지성 선수조차 SBS에서 방영하는 ‘집사부일체’에서 “육아보다 두 경기 뛰는 게 낫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님께서는 “책 읽어주세요.”라는 제 요청에 단 한 번도 귀찮아하는 내색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흔쾌히 책을 읽어주셨죠. 그 덕에 저는 책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글을 배우고 난 이후부터 스스로 책을 읽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책을 읽고 있으면 “득형이, 책 읽는 거야? 대단하네.”하며 언제나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가치 있음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이는 인정욕구라는 형태로 드러나죠. 그래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칭찬은 인정욕구를 충족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우리는 무언가에 칭찬을 들으면, 그 부분에 대해 인정받았다고 느낍니다. 이는 굉장히 기분 좋은 경험입니다. 우리는 기분 좋은 경험은 강화하고, 기분 나쁜 경험은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즐거움은 추구하고, 고통은 회피하는 거죠. 따라서 특정 행동을 칭찬받게 되면, 우리는 그 행동을 반복합니다. 특정 행동을 반복할 때마다 매번 칭찬을 받으면, 우리 뇌는 그 행동을 즐거움이라는 감정과 연결합니다. 우리는 즐거움은 추구하고, 고통은 회피하기에, 나중에는 칭찬받지 않아도 계속해서 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습관이 되는 거죠.
저는 책을 읽을 때마다 부모님께 칭찬받았고, 제 뇌는 독서와 즐거움을 연결시켰습니다. 제게 독서는 즐거운 것이 되었고, 자연스레 독서는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는 서점에서 재밌어 보여 구매했는데, 집에 와서 읽어보고 실망하는 경험을 종종 하곤 합니다. 독서가 취미이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럴 때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원하던 책이 아님에도 완독을 하는 사람과 책을 덮는 사람. 저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저는 재미가 없는 책은 완독하지 않습니다. 물론 끝까지 읽긴 합니다. 대충 훑으면서요. 훑다 보니 괜찮아 보이면 다시 읽습니다. 그러나 훑어봐도 별로면 그 책은 그냥 덮습니다. 돈보다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독서에 재미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언가에 재미를 잃으면 그것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게임을 하지 않는데, 맨날 지다 보니 게임에 재미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부모님께서는 사주신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왜 다 읽지 않냐며 다그치지 않으셨다는 겁니다. 아마 다 읽어야 한다고 혼내셨다면, 제 취미 리스트에서 독서는 사라졌을지 모릅니다. 다행히 저는 독서에 대한 재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책을 살 때 ‘엄마, 아빠가 이 책은 안 사주실 거야.’라는 고민을 한 적이 없습니다. 라이트노벨이든, 만화책이든, 분야나 장르에 상관없이 제가 원하면 사주셨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모님께서 자녀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만화책을 읽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만화책은 유익하지 않다는 생각에 그러시는 듯합니다. 물론 만화책에 불건전한 요소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름 많은 양의 책을 읽은 제가 판단하기에, 글로만 이루어진 일반 서적에도 불건전한 요소는 많습니다.
나쁜 것을 완전히 경험하지 않은 채로 살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것이 나쁜 것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요? 그런 측면에서 자녀가 만화책을 읽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개인적으로 반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여기는 철학책도 즐겨 읽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철학책을 읽은 건 아닙니다. 철학책을 읽기까지 굉장히 많은 분야의 책을 걸쳐 읽었습니다. 인문, 경제경영, 자기계발, 에세이, 소설 등. 더 이전으로 가면 만화책, 동화책, 그림책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책도 읽어본 사람이 읽습니다. 만화책도 책입니다. 만화책이라도 꾸준히 읽으면 자연스레 다른 분야의 책에까지 손을 뻗치게 됩니다.
저는 수준에 맞는 책을 읽으며 조금씩 그 수준을 높여갔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두루 읽습니다. 그 바탕에는 제가 원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책을 사주셨던 부모님이 계십니다.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기에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영향에 더불어 정적인 제 성격도 한몫했을 겁니다.
중요한 건 독서를 즐거운 것으로 여기게 하는 겁니다. 누구나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자녀분께서 책 읽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면 읽지 말라고 해도 책을 읽을 겁니다. 우리 자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